[이지경제=심상목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몸집불리기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은행들의 외형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인 금감원이 감시를 강화하고 나선 것.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경쟁은행의 고객을 빼내기 위해 역마진이 우려될 정도로 금리를 깎아주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쟁의 범위에서 벗어난다”며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해당 은행권에 전달했다.

 

금감원이 이러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최근 일부 은행의 기업금융담당 임원이 자산확대를 위해 건전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는 영업방식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경쟁은행과 거래하는 우량 기업고객들에 대해 과도한 금리인하 혜택을 약속하면서 거래처 변경을 종용하는 사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아울러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의 외형경쟁에 대해서도 감시와 감독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폐지 시한을 앞두고 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과당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특히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12월 현재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수치가 급증한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다만 올해 들어선 증가추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분야 중 하나인 신용카드와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했다.

 

KB카드 분사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등에 따라 카드업계 재편이 시작되면서 과당경쟁 조짐이 감지되는 신용카드업계에 대해선 이미 지난 13일부터 일제 검사가 시작됐다.

 

금감원은 삼성과 현대, 신한, 롯데, 하나SK 등 5개 전업카드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검사에서 카드사들이 경쟁을 위해 건전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선 역마진 제시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의 외형경쟁은 2003년 카드사태로 이어졌고 국제 금융사들의 외형경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결됐다”며 “건전성을 해치는 금융사들의 과당경쟁에 대해선 사전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목 sim2240@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