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가, ‘유리천장’ 뛰어넘은 ‘콘크리트천장’…30대 건설사 여성 등기임원 ‘0’명, 여직원 비율 10.56% 불과
[이지 돋보기] 건설가, ‘유리천장’ 뛰어넘은 ‘콘크리트천장’…30대 건설사 여성 등기임원 ‘0’명, 여직원 비율 10.56% 불과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3.1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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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유리천장’보다 더 강력한 ‘콘크리트천장’을 과시하고 있다. 30대(시공능력평가기준) 건설사의 등기임원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임원으로 넓혀도 0.06%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향후 여성임원 탄생 여부도 불투명하다. 건설사 전체 직원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또 건설의 꽃인 현장 근무 인력 역시 남성 중심이다.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건설업계의 유리천장에 대한 입장차는 뚜렷하다. 할당제 등을 도입해 여성임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시공 등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이지경제가 30대 건설사 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 등을 제출(지난해 9월 기준)한 22개사의 등기임원 150명의 남녀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미등기 임원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극소수다. 조사 대상 건설사 미등기임원 1047명 중 여성임원은 6명에 불과하다. 0.06% 비중.

콘크리트천장을 깨부순 주인공은 이정은 대림산업 상무, 김원옥 현대엔지니어링 상무, 이현경 SK건설 상무, 박소형 태영건설 상무, 윤재연 태영건설 상근고문, 권지혜 아이에스동서 전무 등이다. 다만 이들 중 윤재연 상무, 권지혜 전무 등은 오너 일가다.

건설사의 등기임원 수를 살펴보면 10대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롯데건설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7명 ▲대우건설 6명, 현대엔지니어링 5명 등이다.

30대 건설사로 범위를 넓히면 ▲계룡건설산업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호산업과 코오롱글로벌이 각각 8명, ▲두산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7명, ▲태영건설, 한양, 신세계건설 6명, ▲아이에스동서, 두산건설 각각 5명, 한화건설 4명 등이었다.

불모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모지라는 말이 나온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그룹 256개 계열사의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 1654명 중 21명(1.3%)으로 집계됐다. 미등기임원을 포함하면 3%대로 치솟는다.

업종 간 격차도 상당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59개사의 지난달 말 기준 등기임원 309명 중 여성은 34명이다. 3.9% 비중이다. 이 역시 상당히 적지만 한 명도 없는 건설사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선진국과는 비교 불가다. 미국 ‘포춘 100대 기업’ 등기임원 1206명 중 여성은 293명으로 24.3%를 차지했다. 4명 중 1명이 여성 등기임원인 셈. 심지어 베스트바이는 등기임원 2명 중 1명이 여성이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건설업계 종사자 중 여성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다.

10대 건설사 직원 5만2861명 중 여성은 5582명(10.56%)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꼴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은 여성 직원 비율이 10% 미만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0대 건설사 중 여성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15%(1748명 중 262명) 비중에 불과하다. 롯데건설은 여성직원이 가장 낮다. 3148명의 직원 중 여성은 265명(8.4%)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여성 등기임원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여성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건설업도 예외일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역차별?

사회 곳곳에서 유리천장에 대해 갑론을박이다. 정부 당국은 여성임원 할당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여성임원이 늘어나면 기업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젠더 갈등도 해결될 것”이라면서 “(여성임원) 할당제 등에 대한 논의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까지 고려하면 난공불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의 한 여성 직원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직무 자체가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돼 있다. ‘이건 여자라서 안 돼’라는 문화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까지 고려하면 건설업계에서 여성임원 탄생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업종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박도 상당하다. 건설사의 경우 현장직을 두루 거치는 다양한 경험 등 승진을 위한 과정이 있다는 것. 더욱이 과거에는 공대 출신 대부분이 남자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성이 현장소장을 역임하는 등 변화가 있고 성별을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건설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보수적인 면도 있지만 업종 특성상 빠르게 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업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전문가 집단은 여성임원 할당제에 공감하는 눈치다. 다만 역차별 논란 등 고려돼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무적으로 봤을 때 건설은 크게 설계와 시공으로 나뉜다. 시공의 경우 여성이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개인적으로 여성 우대, 권리 강화를 찬성한다. 다만 건설업은 애초에 여성 숫자가 부족한데 비율 등 숫자놀이를 하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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