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불황 늪 빠진 카드사, 할인 혜택 축소 ‘러시’…“기자들도 눈 뜨고 코 베였다”
[이지 돋보기] 불황 늪 빠진 카드사, 할인 혜택 축소 ‘러시’…“기자들도 눈 뜨고 코 베였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3.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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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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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카드사들이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고 있다.

수수료 인하와 업황 부진 영향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할인‧적립률을 종전보다 인하하거나 제휴업체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에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모양새여서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쾌감은 이지경제 기자들도 마찬가지.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이다.

20일 본지 취재기자 중 카드 내역 공개를 허락한 5명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판매 현황 및 부가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4종의 카드가 혜택이 축소되거나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본 기자가 사용 중인 신한카드의 ‘신한 Love'는 지난 1일부터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 제휴사가 대폭 줄었다. 기존에는 영화관 3곳과 패밀리 레스토랑 7곳에서 최대 30%까지 할인을 제공했지만 이달 들어 영화관 1곳과 패밀리 레스토랑 3곳이 제휴사에서 제외된 것.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휴된 영화 서비스 업체(CGV, 프리머스, 맥스무비) 가운데 프리머스 영화관이 CGV로 합병된 것”이라며 “페밀리 레스토랑 역시 폐업한 업체들의 할인 서비스를 종료하고 신규 제휴사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제휴 업체의 사정에 의한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 해명의 골자다. 비록 신규 제휴사 한 곳을 추가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총 10곳에서 6곳으로 줄어든 셈. 대체 업체를 하나 끼워 넣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부가서비스 축소를 무마하려는 모양새다.

칼질

제약 담당 김주경 기자가 사용하는 상품은 KB국민카드의 ‘KB 스타’다. 이 카드는 국민카드가 KB국민은행 산하 시절이었던 지난 2000년대 후반에 출시돼 2016년 1월까지 발급된 장수 카드다.

각종 할인혜택으로 무장한 히트작이었지만 역사가 오래된 만큼 칼질도 수차례 당했다. 이 카드는 CJ푸드빌 계열 가맹점에서 15~20%의 할인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대상 가맹점이 8곳에 달했으나 2013년 말~2014년 초 연이은 혜택 축소로 5곳까지 줄었다. 또 카드 출시 초창기인 2009년에는 현금서비스 이용 후 5영업일 이내에 상환하면 이용수수료를 면제하던 서비스를 없앴다.

이른바 ‘알짜카드’로 주목받는 상품들은 단종 된 사례가 많았다.

통신‧전자 담당 이민섭 기자의 ‘현대카드M 에디션2’와 생활경제 담당 김보람 기자의 ‘신한카드 라이트플랜 빅플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카드들은 대형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로 통신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할인 등 혜택을 제공했다. 이에 스마트폰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현재는 두 상품 모두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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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적립 포인트를 교묘하게 손 봐 카드 상품과 관계없이 고객 전체의 혜택을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현대카드는 자사의 ‘M 포인트’ 사용처 중, 온라인 쇼핑몰 등 가맹점에 적용된 ‘월말 20% 사용 혜택’을 올해부터 없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까지 매월 마지막 주말에 11번가나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결제 시 구매 가격의 20%를 M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

현대카드 사용자인 이민섭 기자는 이에 대해 “평소에 포인트를 적립해뒀다가 행사 기간이 되면 몰아서 물건을 구입해 사용하는 식으로 포인트를 소모했는데, 아무런 공지나 연락 없이 올해 들어 행사가 종료됐다”며 “포인트 적립이 더 유리한 카드 상품으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별 의미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카드 혜택을 3년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타 업체와의 제휴로 제공되는 부가서비스의 경우 제휴사의 사정에 의해 혜택을 변경하는데 제한이 없어 부가서비스 축소·변경이 빈번한 상태다.

더욱이 제휴서비스의 경우 고지시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서비스 변경 며칠을 앞두고 고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악화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업황 부진과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하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말부터 우대수수료율 적용 구간이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까지 확대됐다. 이는 전체 가맹점(273만개)의 96%(262만6000개)에 달하는 규모다. 카드이용액 기준으로도 34%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연 78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거꾸로 말하면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해당 금액만큼의 수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개편의 후속대책으로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을 예고한 상태다. 카드사의 부가서비스는 마케팅 비용으로 취급되는 만큼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인하된 만큼 이전 수수료를 기준으로 설계한 상품들의 혜택은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무작정 인하하는 것은 아니고 연회비를 기반으로 한 혜택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광범위한 수수료율 인하와 카드업계의 수익 보전 움직임이 결국 소비자 이익 침해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카드사들이 보여주는 혜택 축소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1차적인 방어 행위”라며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가 되레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줄이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박스] 소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카드 혜택 축소는?…“알짜카드 단종”

소비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신용카드 혜택 축소 1위는 ‘알짜카드 단종’이다.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최근 발표한 ‘소비자가 절대 원치 않는 신용카드 혜택 축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 총 1706명 중 30.3%(516표)가 알짜카드의 단종을 가장 아쉬워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 혜택 축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기간은 인하된 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된 지난 1월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2개월간이다.

2위는 ‘할인·적립률 축소’(28.2%·482표)가 차지했다. 1․2위 득표율의 합이 60%에 육박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부가서비스(무이자할부, 바우처 등) 축소나 연회비 상승보다 신용카드 자체의 혜택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3위는 ‘전월실적조건 강화’(16.9%·288표), 4위는 ‘연회비 상승’(12.1%·207표), 5위는 ‘부가서비스 축소(무이자할부·바우처 등)’(8.4%·143표), 6위는 ‘제휴카드 감소’(4.1%·70표)가 차지했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카드사들의 순이익 감소가 현실화되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카드사들은 앞으로 전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손볼 때 소비자들이 부가서비스 축소나 연회비 상승보다는 메인 혜택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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