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항아리형’ 인력 구조에 골치…책임자 인건비, 일반 행원 대비 2.3배↑
[이지 돋보기] 은행권 ‘항아리형’ 인력 구조에 골치…책임자 인건비, 일반 행원 대비 2.3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3.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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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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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직원의 절반 이상이 ‘책임자’인 은행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항아리형 구조다. 높은 직급과 연차에 걸맞는 급여와 복리후생을 지출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 실제로 책임자급 직원은 일반 행원보다 2배 이상의 급여를 챙기며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퇴직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 적체 해소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5개(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일반직원(임원‧계약직 제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6만522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과장부터 부장급을 의미하는 책임자 인력은 3만7134명으로 전체의 56.9%에 달했다. 반면 대리급 이하 일반 행원 수는 2만8094명으로 43.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원 2명 중 1명 이상은 중간관리자 이상인 기형적인 형태인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구조는 점점 고착화되는 추세다. 전체 인원 대비 책임자 비중은 지난 2015년말 55.5%에서 ▲2016년말 56.4% ▲2017년말 56.9%로 높아지고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IBK기업은행이 가장 항아리에 가까운 인력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직원 8998명 가운데 무려 65.4% 5884명이 책임자급인 것. 조사 대상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책임직 비중이 60%를 넘었다. 반면 일반 행원 수는 3114명으로 34.6%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책임자급 행원이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이다. 1만6435명 가운데 9624명(58.6%)이 과장급 이상이었다.

NH농협은행은 1만2979명 중 54.8%인 7114명이 책임자 위치에 있었다. 또 신한은행은 1만2883명 가운데 54.6%(7039명), 우리은행은 1만3933명 중 53.6%(7473명)가 관리직 직원이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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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

항아리형 구조는 비효율적인 인력구조의 전형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연차와 높은 직급의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같은 지적은 은행에서 각 직급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5개 은행의 ‘2018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은 총 6조798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 행원들이 가져간 돈은 2조604억원으로 30.3%에 불과했다.

반면 책임자급 이상 직원들이 챙긴 금액은 69.7%에 달하는 4조7381억원이었다. 행원(43.1%)과 책임자(56.9%)급의 직원 간 인원수 차이가 13.8%포인트에 불과한 반면 받는 보수는 두 배 넘는 격차를 보이는 것.

은행별로 보면 가장 차이가 심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보수총액 1조5628억원 가운데 76.6%인 1조1978억원이 책임자급에게 지급됐다. 반면 행원들이 챙긴 돈은 24.4%(3650억원)였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1조3422억원 중 71.1%(9552억원)를 과장급 이상 직원의 보수로 사용했다. 계속해서 ▲우리은행이 1조3841억원 중 68.2%(9435억원) ▲NH농협은행 1조4694억원의 66.4%(9760억원) ▲IBK기업은행 1조400억원 가운데 64%(6656억원) 등의 비중을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고자 매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높은 보상을 내 건 희망퇴직 실시를 통해 고연봉의 책임자급 직원을 내보내고, 신입 채용을 늘려 불균형과 비효율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올해 초 기존보다 보상을 강화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퇴직금에 더해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9개월 치의 월급을 더 지급하고, 추가로 자녀 학자금이나 재취업 비용을 지원한 것. 이에 20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다.

그럼에도 항아리 구조가 더욱 고착화 되는 이유는 일반 행원들의 이탈도 상당한 탓이다. 특히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 행원들의 퇴직이 잦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 행원들의 퇴사율도 적지 않은 편”이라며 “대우가 좋은 핀테크 기업들이 많아져 이직이 여유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행원들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은퇴가 시작된 만큼, 이들이 물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도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장이나 지점장 등에 주로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 직원들이 대거 은퇴하면 항아리형 구조도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신입행원 채용을 늘리는 게 병행돼야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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