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27일 대한항공은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사회 안건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인 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조 회장은 지난 1994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26일 전문위원회의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율 11.56%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국민연금 수탁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혹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더욱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부인과 자녀들의 ▲땅콩 회항 사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사건에 연루돼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이날 참석한 주주들도 조 회장의 연임 반대로 돌아서면서 조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사내이사 연임 실패로 향후 대한항공 이사회에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또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