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씨티․SC제일銀 외국계 은행, 1.5조 ‘고배당 잔치’…배당성향 290.7%, ‘먹튀’ 논란 가열
[이지 돋보기] 씨티․SC제일銀 외국계 은행, 1.5조 ‘고배당 잔치’…배당성향 290.7%, ‘먹튀’ 논란 가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4.0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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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올해도 먹튀(먹고 도망친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배가 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고배당을 실시한 이유에서다. 두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지적은 매년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전년의 7배를 넘어 논란에 불이 지펴진 상황이다.

씨티와 SC제일은행은 자본 조정과 재투자를 위한 배당이었다며 국부유출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해 배당하기로 한 금액은 총 1조5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189억원) 대비 606.3%(1조3272억원) 급증했다.

더욱이 이 같은 배당금액은 당기순이익을 아득하게 초과한 규모다. 두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5318억원으로 배당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순이익 대비 배당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290.7%에 달한다. 즉 벌어들인 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뿌리는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씨티은행의 배당금은 9341억원으로 전년(939억원)보다 894.8%(840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8116억원의 중간배당에 이달 결산배당금 1225억원을 합한 규모다. 반면 순이익은 3074억원으로 303.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5000억원의 중간배당과 이달 1120억원의 결산배당을 더해 총 6120억원을 이익배당금으로 결정했다. 전년(1250억원) 대비 389.6%(4870억원) 불어난 금액이다. 순이익은 2244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72.7%를 기록했다.

두 외국계 은행의 배당은 국내 4대(KB․신한․우리․하나금융)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곳은 KB금융으로 총 7597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SC제일은행보다 1477억원 많고, 씨티은행과 비교했을 땐 1744억원 낮다.

그러나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696억원에 달한다. 두 외국계 은행(5318억원)보다 5배 넘게 벌어들인 것. 그럼에도 배당금이 엇비슷하다는 것은 SC제일과 씨티은행이 얼마나 고배당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KB금융의 배당성향은 24.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순이익 3조1983억원에 배당금 7530억원으로 배당성향 23.5%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배당금은 각각 4504억원(배당성향 19.7%), 4376억원(21.4%)으로 두 외국계 은행보다 적었다.

<2018년 각 은행(지주)별 배당 현황>

은행(지주)명 배당금 당기순이익 배당성향
씨티 9341억원 3074억원 303.9%
SC제일 6120억원 2244억원 272.7%
KB 7597억원 3조696억원 24.7%
신한 7530억원 3조1983억원 23.5%
우리 4504억원 2조402억원 19.7%
하나 4376억원 2조2821억원 21.4%

배당은 회사 이익의 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은행은 거의 대부분의 지분이 외국 모기업에 있는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씨티그룹 산하의 COIC(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가 지분 99.98%를 차지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역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금융의 SC동북아(SC NEA)가 지분 100%를 소유한 대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즉 이들 은행의 배당은 고스란히 대주주인 외국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것.

국내 고객을 상대로 벌어들인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라 먹튀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속

외국계 은행의 먹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높은 배당성향을 지속적으로 보여 온 탓에 매년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두 은행의 배당성향을 보면 씨티은행의 경우 ▲2014년 순이익 1156억원에 배당금 509억원으로 44.1% ▲2015년 순이익 2257억원에 배당금 1162%로 51.5% ▲2016년 순이익 2121억원에 배당금 1146억원으로 54% ▲2017년 순이익 2437억원에 배당금 939억원으로 38.5%를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은 2014년과 2015년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배당금액은 각각 1500억원, 5000억원을 책정했다. 이어 2016년에는 223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여 이중 800억원(배당성향 35.8%)를 배당금으로 뿌렸고, 2017년은 277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1250억원(45.1%)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매년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만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 은행의 고배당에 제동을 걸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상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8%를 넘어서면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 범위 내에서 배당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BIS 총자본비율은 19.01%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SC제일은행도 14.42%에 이른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지적에 대해 "자율적인 운영 사안이기 때문에 각 은행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며 "자유롭게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자유롭게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외국계 은행들은 먹튀 지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은 최대주주 SC그룹이 60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해, 배당만큼의 재투자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자기자본수익률이 3%대에 머물며 본사 목표나 아시아 씨티의 10%와 비교해 부족한 상황인지라 배당을 통해 자본을 재조정했다고 배당 의도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BIS비율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본사로부터 1조300억원을 확충했다”며 “현재 BIS비율을 최상위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자본효율성은 떨어져 이를 개선하고자 배당을 통한 자본효율화 계획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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