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돋보기] 제약업계, 약가인하제 시행 앞두고 ‘셈법’ 제각각…대형 ‘반색’, 중소 ‘전전긍긍’
[이지돋보기] 제약업계, 약가인하제 시행 앞두고 ‘셈법’ 제각각…대형 ‘반색’, 중소 ‘전전긍긍’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9.04.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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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충북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 관계자가 고혈압약(발사르탄) 관련 중간조사 결과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지난해 8월 고혈압약(발사르탄) 관련 중간조사 결과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김주경 기자 = 제약업계가 정부의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이하 제네릭 약가제)’ 개편 추진에 어수선하다.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제 개편 추진은 발사르탄 파장(고혈압 약 원료인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 발암물질 검출)에 따른 후속조치다. 아울러 복제약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약가를 기존보다 낮게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제약사 간 희비가 교차한다. 대형 제약사는 환영하는 눈치고, 중소형 제약사는 전전긍긍이다. 자금력과 연구개발 인력 등의 현실적인 격차 때문이다. 

8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제네릭 약가제 개편안에 담긴 내용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 시험)을 하지 않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재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약가를 크게 낮추겠다는 것이다. 관련 개정안은 오는 6월중 입법예고 후 이르면 12월 중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복제약은 개정 이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할 때부터 적용된다. 이미 등재된 복제약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하기로 했다.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이와 관련, “이번 제도 개편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아니라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을 방지하고 약품 원료의 안전한 사용이 목적”이라며 “신약 연구개발을 할 정도라면 자체생동실험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제약사들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약처에서 지난해 7~8에 발표한 고혈압 판매중지 174개품목
식약처에서 지난해 7~8월 2달 동안 판매중지된 고혈압약 174개 품목. 사진=뉴시스

경쟁력

제네릭 약가제 개편안이 본격 시행되면 각 제약사의 연구개발 능력에 따라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고 복제약이 출시되면 가격은 100%에서 70%로 떨어진다. 아울러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21번째 복제약부터 약가가 더 낮아진다. 쉽게 얘기하면 1000원이던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는 700원이 되고 출시된 복제약 가격은 530.55원이 된다.

개편안의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생동성 실험을 통해 2개 기준을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20위 안에 드는 복제약은 ‘자체 생동성 실험 실시 여부’와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1~20번째 제네릭은 2개 기준을 충족하면 지금처럼 원조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의 가격을 책정한다. 요약하면 1000원짜리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1~20번째 제네릭 제품은 2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530,55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2가지 요건 중 1개만 만족할 경우 450.52원만 약값으로 인정받게 되며 요건이 모두 부합하지 않으면 380.69원에 그친다.

21번째부터는 가격이 더 낮아진다. 이들 제품은 생동성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20번째 제네릭 기준가의 85%만 받고 팔아야 한다. 마진 없이 손해보고 약을 팔아야 하는 셈. 제약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제약업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대형 제약사들은 그나마 자금력과 연구개발 능력이 받쳐줘 큰 타격이 없지만 중소제약사는 난감한 상황이다. 만약 연구개발 여건이 열악하고, 생동성 시험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면 가격 면에서 더 불리하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이에 대해 “정부가 제약업계 의견을 반영해 기존 제네릭에 대해서는 3년 간 유예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생동성 실험에 대한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피력했다. 

사진=뉴시스, 편집=김주경 기자
사진=뉴시스, 편집=김주경 기자

비상등 

중소 제약사의 반발도 상당하다. 생동성 시험이 약값을 결정짓는 와일드카드가 되면서 일부 제약사는 비상이 걸렸다. 

중소 제약사 주장은 생동성 시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에 제도를 개편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것.   

원료 의약품 확보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네릭에 대한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해서는 3년 이내에 추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야 하는 데 식약처에 등재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확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은 단순히 비용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 사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데 고민이 많다”면서 “매출 기여도가 낮거나 원료 의약품이 뒷받침되지 않은 일부 제품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생동성 시험 비용만 수천만원 내지는 최대 10억까지 들어가는 등 자금력과 인프라가 받쳐줘야 가능한 데 수익을 창출해야 투자도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질 좋은 원료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 당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중소 제약사도 당장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형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표정이 밝다. 복제약 범람이라는 고질적 병폐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경쟁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대웅제약 계열의 대웅바이오, 동아쏘시오의 에스티팜, 종근당 계열의 경보제약, 유한양행의 화학계열사인 유한화학, 한미약품 계열의 한미정밀화학 등은 직접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가개편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는 의약품이 3만개가 넘는 데다 약의 질이 떨어져 고질적인 반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정부가 공동생동을 제한한 것에 공감하며 이번 약가제 개편을 통해 고품질의 의약품 생산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스] 제약업계 복제약 범람…

제네릭 약가제 인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제가 시행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2011년만 해도 복제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 수준이었으나 2012년 약가제 개편으로 제네릭 가격이 14.45% 하락해 53.55% 까지 떨어졌다. 

2018년 식약청 의약품 허가 건 수. 그래픽=김주경 기자
2018년 식약청 의약품 허가 건 수. 그래픽=김주경 기자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파문도 제네릭의 하락세를 이끈 기폭제가 됐다. 이는 ‘2018년 의약품 허가 현황’에도 잘 나타난다. 

이지경제가 27~28일 이틀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시스템과 온라의약도서관에 등재된 지난해 의약품 허가 건수를 분석한 결과, 국내외 제약사 218개 기업에서 총 2110품목 (전문의약품 1,559품목, 일반의약품 551품목)이 허가됐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은 74:26이었다.

전년도 전체 의약품 2049품목(전문의약품 1573품목, 일반약대비 476품목) 대비 2.89% 감소한 수치다. 

허가된 전체 의약품 대비 제네릭(복제)·오리지널 비중. 그래픽=김주경 기자
허가된 전체 의약품 대비 제네릭(복제)·오리지널 비중. 그래픽=김주경 기자

지난해 허가받은 의약품 중 1409개가 제네릭이었다. 전체 의약품 중 67%가 복제약품이라는 얘기다. 

제네릭 허가가 가장 많은 달은 6월로 120품목이었다. 그러다 발사르탄 파문이 일면서 지난 7월 110품목으로 조금씩 허가 건수가 하락하다 8월부터는 77품목, 9월 75품목까지 감소했다. 6월 대비 무려 38% 가량 줄어든 수치다. 

허가 건 수 감소는 국정감사 여파와 맞닿아 있다. 발사르탄 파문은 발암물질이 검출될 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상임위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각돼 식약청에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그렇다보니 식약청 입장에서도 허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진단이다. 그러나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4분기(10~12월) 허가 건수는 평균 128건으로 다시 늘어나 상반기 수준을 회복했다.

제네릭 신규허가 건수가 많았던 제약사. 그래픽=김주경 기자
제네릭 신규허가 건수가 많았던 제약사. 그래픽=김주경 기자

기업별로는 제네릭 신규허가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다산제약이었다. 이 기업은 지난해 56개 제품의 시판허가를 받아 218개사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휴텍스제약(39개), 한국코러스(38개), 바이넥스(33개), 코스맥스바이오(32개), 대원제약(31개), 동국제약(30개) 등이 뒤를 이었다.

20개 이상을 허가받은 회사는 코스맥스파마 등 19개사였으며, 10개 이상은 하나제약 등 52개사였다. 1~9개 품목을 허가받은 제약사는 140개로 조사됐다.

대형 제약사 중 제네릭 비중이 가장 많은 곳은 유한양행(27개)이었다. 제일약품(26개), 종근당(18개), 대웅제약(15개), 한미약품(13개), JW중외제약(12개) 등이 뒤를 이었다.


김주경 기자 ksy055@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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