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홈쇼핑, 자동차 판매 기웃…車판매노조 “실적 악화”vs 학계 “세계적 추세”
[이지 돋보기] 홈쇼핑, 자동차 판매 기웃…車판매노조 “실적 악화”vs 학계 “세계적 추세”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4.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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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안방에서 TV 리모컨을 ‘꾹’ 눌러만 주면 집 앞으로 국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를 배송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국내 주요 홈쇼핑 업체가 ‘자동차 판매업’을 사업 정관에 추가하는 등 관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

밑그림은 완성된 상태다. 정부 당국이 수입차에 국한됐던 판매 허용 범위를 국산차까지 확대해 줬다. 또 주요 홈쇼핑 업체가 일부 수입차와 전기차 등의 시범 판매에 나선 결과,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먼저 기존 판매 조직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 판매 노조가 실적 악화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소위 잘 나가는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 노조의 의사를 무시하고 홈쇼핑과 판매 계약을 맺을지 의문이다.

만약 비인기 자동차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면 홈쇼핑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이 같은 판매 방식이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환영할 만 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앞서 GS홈쇼핑과 CJ ENM 오쇼핑 등은 지난해 3월, 롯데홈쇼핑은 같은 해 6월에 각각 ‘자동차 판매업’을 정관에 포함시켰다.

이들 업체가 사업 목적에 자동차 판매업을 추가한 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 않지만 사업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법적 걸림돌도 제거된 상태다. 지난 2016년 5월 열린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TV 홈쇼핑 사업자의 국산 자동차 판매 허용 방참이 정해졌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2017년 3월 22일 TV 홈쇼핑 사업자의 국산 자동차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 공포했다. 이에 홈쇼핑 사업자는 2018년 3월 23일부터 국내외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익명을 원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약 80%가 국산차다.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신규 카테고리로 자동차가 포함되면 고급 소비재를 다룬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걸음마

홈쇼핑 업계가 자동차 판매에 관심을 높이기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자동차 업계의 판매 방식 개선이 급선무이기 때문.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국 어느 대리점에서도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원 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식적인 할인프로모션 외 홈쇼핑 맞춤형 할인가가 나올지 의문이다. 또 인기 수입차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 쉽게 나설 수 없다.

더욱이 현장 판매 인력들의 사업 영역 침해 논란 등 거부감이 팽배한 것도 숙제다.

현대‧기아자동차 판매 노조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기아자동차지부 판매지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영업 마진율은 2%대”라며 “현재도 공유차, 중고차, 장기리스, 렌터카 등 다양한 채널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홈쇼핑 자동차 판매가 현실화되면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홈쇼핑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단가 조율이 돼야 하는데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단가 인하는 안전과 직결된다. 또 사후 관리 즉,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홈쇼핑 업계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기대감은 숨기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절차상의 모든 준비는 마쳤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동차 판매가 본격화되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고, 홈쇼핑 업계에서는 새로운 고객 확보를 통한 소비자 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만약 자동차 업체 등과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가격 할인보다는 할부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홈쇼핑 등의 자동차 판매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촉진되고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반면 국내 시장은 노조와의 이해관계 등의 영향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 경쟁력은 소비자가 최종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채널이 활황이다. 국내 역시 이같은 흐름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자동차시장, 온라인 판매가 ‘대세’

국내와 달리 해외 자동차 시장은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오는 2025년 관련 시장 규모만 45억 달러(한화 약 5조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슬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지난 3월 앞으로 모든 전기차를 온라인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매매장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고 자동차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점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인력 감축이 이뤄지면 자동차 가격을 평균 6% 낮출 수 있다”며 “지난해보다 3배 많은 50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국내에서는 철저히 오프라인 판매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지만 영국과 캐나다, 스페인, 러시아 등에서는 디지털 판매 방식인 ‘클릭투바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견적 조회 및 구매까지, 인도에서는 ‘이온’·‘싼타페’ 등 일부 차량를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포드

포드는 지난 2018년 4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초대형 자동차 자판기 ‘슈퍼 테스트 드라이브 센터’를 광저우에 선보였다. 포드와 알리바바 온라인 자동차 판매 분야 협업의 산물이다.

기계식 주차장 5층에는 포드의 ‘머스탱’ ‘익스플로러’ 등 총 42대의 모델이 비치됐다. 구매도 간단하다. 알리바바의 티몰 앱을 통해 원하는 모델을 선택하고 자판기에 설치된 안면 인식 프로그램으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면 자동차가 내려오는 방식이다. 대금 결제는 자동차 판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한 뒤, 나머지는 할부로 납부하면 된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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