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사외이사 2명 중 1명 ‘현직 교수’…까다로운 조건에 ‘구인난’ 심각
[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사외이사 2명 중 1명 ‘현직 교수’…까다로운 조건에 ‘구인난’ 심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4.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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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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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중 절반 이상이 현직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까다로운 사외이사 조건에 후보군을 좁히다 보면 결국 교수 외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은행연합회에 제출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의 사업보고서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는 총 27명이다.

이 가운데 현직 교수는 14명(51.9%)으로 10명 중 5명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법조계 2명, 전‧현직 공공기관‧단체 임원 3명, 기업인 8명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별 사외이사 비중을 보면 중앙대 재직 교수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2명씩이다. 이밖에 서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국민대, 홍익대, 명지대, 동아대 교수가 각각 1명이다.

전공별로 분류하면 경영학 교수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법률과 경제, 컴퓨터, 행정에서 각각 2명씩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사외이사 중 교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씨티은행이다. 사외이사 전원(4명)이 현직 교수다.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와 안병찬 명지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등 경영 전공 교수 2명, 한상용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와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KB국민은행은 총 4명(임승태, 권숙교, 박순애, 유승원) 중 2명이 현직 교수였다. 박순애 사외이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다. 유승원 사외이사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교수 출신인 임승태 사외이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이다. 권숙교 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사외이사는 5명(황국재, 인호, 이성우, 박원식, 후쿠다 히로시)으로 이 중 교수는 3명이었다. 황국재 사외이사는 서강대 경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호 이사는 고려대학원 컴퓨터학과 교수다.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근무한다. 이들 외에 박원식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와, 일본 기업 코와의 후쿠다 히로시 이사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사외이사 5명(김인배, 고영일, 이정원, 김남수, 황덕남) 가운데 김인배 사외이사 한 명만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유일하다. 이 밖에 이정원 이사는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지냈고 김남수 이사는 코오롱 사장 출신이다. 황덕남 이사는 한국법학원 상임이사를 지냈다. 고영일 이사는 우리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교수 출신 이사는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김준호 중앙대 산학협력단 교수 등 2명이다. 나머지는 노성태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정찬형 포스코기술투자 고문, 박수만 변호사 등 경제인과 법조인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SC제일은행은 총 4인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은형(국민대 경영대학), 장지인(중앙대 경영경제대학) 이사가 교수다. 오종남 이사는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고, 손병옥 이사는 푸르덴셜생명보험에서 회장을 지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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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은행권 사외이사 중 교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까닭은 후보로 내보내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는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단 은행과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 관계 또는 협력 관계에 있는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둘 수 없다. 즉 이해상충의 여부는 물론 학연‧지연 논란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것.

실제로 올해 1월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에서 노동이사제 추진을 위해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백승현 변호사가 좋은 사례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이 손해보험에 법률자문과 소송을 수행한 전력이 밝혀져, 이해상충 부담을 넘지 못하고 추천이 무산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회계법인의 전문가나 금전거래가 있는 기업인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전문‧실무지식을 갖추면서도 은행과 딱히 거래나 경쟁 관계가 없는 인재풀로 교수가 각광받는 것이다.

더욱이 교수들은 각종 기관이나 학회, 단체 등에서 자문 역할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 당국의 정책 방향이나 시장 동향 등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인호 이사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정책자문단 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가 핀테크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동향 파악에 유리한 것. 이성우 사외이사의 경우 2013년부터 금융위 평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박상용 사외이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고, 박순애 국민은행 사외이사도 예금보험공사 정책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자격 조건이 엄격한 것은 낙하산 인사나 권력화 등 부적절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은행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선정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교수 쪽에 러브콜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 사외이사, 지난해 반대표 ‘0건’…‘거수기’ 역할 여전?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 의결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이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2017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296건의 의결 안건을 처리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65건 ▲신한은행 70건 ▲우리은행 44건 ▲KEB하나은행 82건 ▲SC제일은행 9건 ▲씨티은행 26건 등이다.

이중 보류된 안건은 4건으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각각 2건씩이었다. 부결 안건은 없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안건은 사외이사 전원 찬성(불참 제외)에 의해 가결됐다. 반대 의견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가 경영진의 독자 경영을 방지하고 회사의 상태를 감독‧조언하게 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사외이사 대부분이 의결 안건에 대해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모양새라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사회에 올라가는 안건들은 이미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을 통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사전에 해당 안건에 대한 설명과 의견조율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대부분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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