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돋보기] 유통가, 핫한 할배 모델 모시기 경쟁…세대 불문 ‘친근함’으로 광고시장 접수
[이지돋보기] 유통가, 핫한 할배 모델 모시기 경쟁…세대 불문 ‘친근함’으로 광고시장 접수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4.2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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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수(왼쪽부터), 김칠두, 박막례 등 시니어 모델이 광고계를 접수했다. 사진=롯데홈쇼핑, 오비맥주, NH농협 광고 캡쳐

[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유통업계가 핫한 시니어 모델 모시기에 한창이다. 이에 젊은 스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류와 패션, 제과까지 ‘은빛 물결(세월에 흐르며 하얗게 변한 머릿결)’이 출렁이고 있다.

유통업계가 이들을 주목한 것은 바로 친근함 때문이다. 전 세대를 관통하는 연륜에서 묻어난 카리스마와 소탈한 이미지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류와 패션, 제과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운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장 핫한 스타는 김칠두(65)와 지병수(77), 박막례(72), 김언중(72)씨 등이다.

먼저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지난 2월 21일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를 전면에 내세운 ‘원드 브레이커 스타일링 화보’를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류업계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오비맥주가 지난 2월 전개한 ‘그건 니 생각이고!’ 캠페인에 등장한 것. 모델 김칠두씨는 카스 캠페인 광고에서 “집에서 손주 보셔야죠!”라는 비아냥거림에 “그건 네 생각이고 런웨이에서는 손주들이 날 봐줘!”라고 답하며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쫓는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

8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 박막례씨도 광고모델로 나섰다. 그는 최근 인기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27)와 함께 농협 16개 계열사와 지역 농·축협의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NH멤버십 서비스 ‘쓰담쓰담(포인트를 쓰고 담는다)’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최병수 밀레 마케팅팀 차장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아웃도어 패션을 누구나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를 기용했다”면서 “연륜과 자신만의 멋스러움으로 아웃도어 의류의 매력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세

시니어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인의 광고계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지병수씨다. 그는 지난 3월 24일 KBS 1TV 음악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서울 종로구 편에 출연해 가수 손담비(37)의 ‘미쳤어’를 춤과 함께 열창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77세의 고령에도 정확한 박자와 농염한 손동작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오르는 등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주요 업체 역시 그를 모시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첫 신호탄은 롯데홈쇼핑이 쏘아 올렸다. 그를 모델로 발탁한 유료회원제서비스 ‘엘클럽(L.CLUB)’ 홍보 영상을 지난 4일 공개한 것. 반응은 폭발적이다.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 하루 만에 3만뷰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영 롯데홈쇼핑 마케팅부문장은 “2017년부터 70대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 댄스 신동 ‘나하은’ 등 소셜 미디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화제를 끌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20, 30대 젊은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전체 연령대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아들보다 더 잘나가는 케이스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탤런트 김승현(38)의 아버지 김언중씨다.

그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2’에 김승현과 함께 출연해 엉뚱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방송 초기만 해도 분량이 적었으나 인기를 끌면서 아들보다 더 주목받는 대세가 됐다.

그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서울우유 ‘나 100%’ 광고를 가족과 함께 찍었다. 광고계 안팎에서는 대중에게 잊혔던 김승현이 아버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주도권

유통업계가 시니어 모델에 주목한 것은 최근 소비문화 변화와도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6.25 전쟁 이후 인구가 급증하던 1955년~1964년생을 지칭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바로 현재의 시니어들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85%, 약 714만명으로 추산된다.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은 이들 세대는 소비 시장은 물론 금융, 부동산, 문화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옥션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품목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60대의 구매량은 2014년 대비 135% 늘었다. 50대의 구매량은 130%, 60대 이상의 구매량은 171% 증가했다.

김동호 오산대학교 경영계열 마케팅경영과 교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략적 수단인 광고는 표적 시장을 겨냥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표적 시장을 상징하는 인물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최근에는 사회문화적 관심을 등에 업은 특정인(시니어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켜 그 모델의 신선함과 화제성을 활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표적 시장뿐만이 아니라 그 모델에 흥미를 보이는 다른 세대들에도 광고 효과를 누리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범접할 수 없는 톱스타가 아닌 내가 되고 싶고 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을 대변하고 있는 시니어 모델 같은 경우 향후 광고모델로서의 활용가치가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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