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보험약관대출, 64조 ‘폭풍 성장’…가계 경제 악화 영향, 계약 해지 등 부작용 우려↑
[이지 돋보기] 보험약관대출, 64조 ‘폭풍 성장’…가계 경제 악화 영향, 계약 해지 등 부작용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4.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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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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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보험계약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보험계약(약관)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돈을 빌리기 쉬운 보험사 대출에 소비자가 몰리는 퐁선효과가 나타났다. 가계 경기 악화 역시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약관대출은 기존에 납입한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그동안 공들였던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금리도 은행권보다 높다. 이에 일각에서는 약관 대출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36개(생명보험사 24개, 손해보험사 12개) 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총 63조984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약관대출 잔액 추이>
  2018년 2017년 2016년
생명보험 49조5139억원 46조6994억원 44조1505억원
손해보험 14조4702억원 12조3141억원 10조8320억원
합계 63조9840억원 59조134억원 54조9825억원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95%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4~9%로 은행보다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지환급금이라는 담보가 확실한 만큼 적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출자 입장에서도 신용도와 관계없이 당일 대출이 가능한 등 은행보다 문턱이 낮아 급전이 필요할 경우 접근성이 높다.

이에 보험약관대출이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신한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2019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활동 가구의 대출 형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52.1%)과 마이너스 통장(26.9%), 신용대출(25.2%), 학자금대출(15.6%)에 이어 보험약관대출이 14.2%를 차지했다. 전․월세자금 대출(14%)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 경기가 안 좋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가입자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면 해당 보험 계약이 해지돼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관련 대출 이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빌리는 가계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최근 3년 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54조9825억원에서 2017년 59조134억원으로 7.3%(4조30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4%(4조9706억원) 불어나면서 증가폭도 커지는 추세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의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9조5139억원으로 전년(46조6994억원)보다 6%(2조8145억원) 늘어났다. 2016년 말(44조1505억원)과 비교하면 12.2%(5조3634억원) 증가했다.

손해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2016년 말 10조8320억원에서 ▲2017년 말 12조3141억원(13.7%↑) ▲지난해 말 14조4702억원(17.5%↑)이었다. 잔액 규모는 생보사에 비해 작지만 증가율은 훨씬 높은 모양새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16조3513억원을 기록해 생․손보사 중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생보사에서는 ▲한화생명(7조1569억원) ▲교보생명(6조5340억원) ▲농협생명(3조419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손보사에서는 삼성화재가 3조7871억원으로 선두였고 ▲DB손해보험(2조5655억원) ▲현대해상(2조5296억원) ▲KB손해보험(2조3755억원) 등이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규제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실시한 규제가 되레 보험약관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돈 빌리기가 수월한 2금융권인 보험사, 특히 보험약관대출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권에 새 가계부채 관리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본격 도입했다. DSR은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고(高)DSR 기준에 따라 부채의 총량을 일정 비율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보험사도 지난해 10월부터 DSR 규제가 시범 도입됐고, 올해 상반기에 관리지표로 본격 활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보험약관대출은 아직 해당 DSR 규제에서 비껴가 대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차주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원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포하는 금융교육 자료에서도 급전이 필요할 경우 보험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약관대출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보험 중도 해지시 적은 환급금을 받아 손해를 보기보다는 약관대출을 통해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돈을 마련할 수 있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약관대출이 리스크 대비 금리가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약관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1.5~2.5%포인트 내외의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보통 연 4~9%로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지환급금 내에서 대출한도가 정해져 사실상 돈 떼일 위험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약관대출의 증가세는 가계 경기가 악화되고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보험사가 약관대출의 금리 책정 시 가산금리가 적정한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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