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Car]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車는 이름을 남긴다?…자동차 작명 A to Z
[이지 Car]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車는 이름을 남긴다?…자동차 작명 A to Z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4.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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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쌍용자동차
사진=허란 기자,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외 완성차가 매년 수백종의 신차(부분변경 포함)를 쏟아내고 있다. 이 중 명맥을 이어가는 차량은 손에 꼽을 정도.

디자인과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면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살아남으려는 車들의 숨 막히는 혈투. 어느 때보다 작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개성 넘치면서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와 닿아야 한다. 자동차의 모든 것을 고작 몇 글자에 담아야 한다는 게 고민의 출발점이다. 이름을 알면 차가 보인다.

차명은 크게 성능과 디자인(이미지), 방향성(의지)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두부 자르듯 딱 구분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현대자동차, 픽사베이, 쌍용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픽사베이, 쌍용자동차

품격

국내 최고급 세단으로 군림했던 현대자동차 에쿠스. 당당함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를 뜻한다. 최근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기자는 로마 베네치아 광장에서 에쿠스와 조우했다. 베네치아 궁전 앞으로 지키는 동상이 바로 에쿠스였다. 개선장군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

국내 대표 세단 그랜저는 사전적인 의미로 웅장함과 장엄함, 위대함이라는 뜻이다. 고급스러움을 담당하듯 기품이 묻어나온다.

지금은 단종 됐지만 한 때 고급 세단으로 사랑받았던 다이너스티와 엔터프라이즈는 각각 왕조(전통과 권위)와 최상의 신분층을 의미했다. 체어맨의 경우도 의장, 회장의 뜻처럼 고품격 이미지를 담았다.

대형급 차량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과 품격, 높은 사회적 지위 등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1993년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는 성능과 이미지를 모두 담았다. 코뿔소의 순우리말인 무쏘는 강력한 힘과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작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갤로퍼는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을 상징하는 강한 힘을 담았다. 렉스턴은 당시 최고급 대형 SUV를 표현하기 위해서 왕가의 품격이라는 합성어를 썼다. 왕가, 국왕을 의미하는 라틴어 REX와 품격을 뜻하는 영어 Tone을 조합한 이름.

최근에 출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SUV는 휴양지 등 지명을 차 이름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의 사용성(의지)에 대한 이미지를 담은 것. SUV는 여가·레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휴양지 등 지명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후문이다.

팰리세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절벽 위에 위치한 아름다운 태평양 풍경이 보이는 고급주택지구로 럭셔리하고 넓은 주거지를 말한다. 고품격 대형 SUV를 떠올리는데 부족함이 없다.

팰리세이드와 함께 대형 SUV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아차 텔루라이드 역시 콜로라도의 한 지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밖에 싼타페와 쏘렌토, 베라크루즈 역시 유명 관광지에서 유래됐다.

사진=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사진=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기아자동차

담백

(준)중형차와 스포츠카는 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인지 희망 혹은 미래를 담는 경우가 꽤 있다. 에스페로는 희망, 기대라는 스페인어로 꿈과 희망의 성취를 표현했다. 엘란도 열정, 활기 등의 돌진 감각을 강조했고 아반떼도 전진과 발전을 뜻한다. 베르나는 이태리어로 청춘, 열정이고 티뷰론은 스페인어로 상어를 의미해 역동적인 스타일을 표현했다,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는 TINY, TIGHT, CINVENIENT, COZY의 합성어로 단단하면서 편리하고 아늑한 경제적인 차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마티즈 역시 깜찍하고 빈틈이 없으면서 단단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차를 상징한다. 프라이드는 긍지, 자부심을 뜻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이름도 있다. 누비라는 우리말 ‘누비다’에서 가져왔다. 스포티지는 Sports(레저)와 Portage(운반)의 합성어다. 스쿠프 역시 Sports와 Coupe가 섞인 이름이다. 코란도는 'KORean cAN Do'에서 따왔고 포터는 말 그대로 짐꾼이다.

가장 재밌는 이름은 티볼리다. 이탈리아 휴양지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티볼리(TIVOLI)의 알파벳의 순서를 바꾸면 'I LOV IT'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깜찍한 문구다.

최근에는 기아차의 K시리즈, 르노삼성의 SM시리즈, 제네시스의 G시리즈 등이 대세다. 이름을 따로 지어야 하는 수고를 덜면서 차의 종류를 쉽게 표현하고 연속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외에서 불리는 이름이 다른 경우도 상당하다. 그랜저는 북미권에서 발음 상의 문제로 아제라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모닝은 피칸토, 카니발은 세도나, 아반떼는 엘란트라, K3·K5·K7·K9은 각각 세라토, 옵티마, 카덴자, 쿠오리스로 바꿨다. 

“이름 때문에 이미지 구겼다”

현대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아슬란은 어슬렁거린다. 아슬아슬하다는 비야냥을 받다가 판매 부진으로 단종됐다. 작명 때문에 망한 케이스라는 혹평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아차의 소형 아벨라의 원래 뜻은 라틴어로 풀이하면 갖고 싶은 그것이다. 하지만 ‘애밸라’라는 우스갯소리가 퍼지면서 기피 당했다는 후문이다. 아벨라가 잘 팔렸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을까.

복서는 권투선수처럼 힘차고 강인한 트럭을 의미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현대차의 프레스토는 ‘빠르게’라는 음악 용어. 그래서인지 빠르게 사라졌다.

쏘나타의 과거 이름은 소나타. 한 때 “소나 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8세대 모델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름값을 못하고 사라진 차도 있다. 대표적인 게 삼성의 야무진. 야무진은 Yes! Mount the of Images의 이니셜 조합으로 누구나 꿈꾸던 1t 트럭, 새로운 세계를 의미했다. 하지만 야무지게 망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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