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김주경 기자 = 유가와 채소값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0%대를 유지했다. 지난 2016년 이후 3년 만이며 누계치로 환산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처음 0%대를 기록한 후 4개월 째 유지되고 있다. 2016년 5~8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며 2015년 2~11월 10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유지한 후 가장 긴 기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4월만 놓고 보면 2015년(0.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4월 누계치는 전년 대비 0.5% 올랐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이 0.1%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이 5.5% 떨어지며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하락 폭은 다소 둔화됐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1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름값은 전체 물가에 기여하는 비중이 -0.24%p로 가장 컸다. 유류세 인하 정책의 영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오는 6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면 석유류 가격이 0.1~0.15%p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0.7% 상승했다. 축산물은 1.8% 올랐지만 고등어(-8.0%) 등 수산물은 1.2% 하락해 물가에 반영됐고 채소류 가격도 11.9%로 크게 하락하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무(-50.1%), 배추(-47.1%), 감자(-31.8%), 호박(-25.1%), 딸기(-12.2%)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서비스 가격은 0.9% 올랐다. 서비스 물가가 0% 대를 기록한 것은 1999년 12월(0.1%) 이후 처음이다. 월세는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고 개인서비스가 1.7%로 상승했다. 그 중 외식(2.0%) 물가가 많이 올랐으며 치킨(7.2%), 구내식당식사비(2.7%) 등의 인상 비중이 컸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0.4% 올랐으나 선식품지수는 채솟값이 떨어지면서 같은 기간 2.7% 하락했다.

물가의 장기 추세를 파악(외부 충격은 제외)하기 위해 작성되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0.9% 올랐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도 0.7% 인상됐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 과장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일부 오르긴 했지만 유류세 인하가 반영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고 보기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주경 기자 ksy055@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