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기술신용대출 170조 넘었는데…은행권, ‘줄 세우기‧경쟁 유도’에 답답증 호소
[이지 돋보기] 기술신용대출 170조 넘었는데…은행권, ‘줄 세우기‧경쟁 유도’에 답답증 호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1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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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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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17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표정은 복잡 미묘하다.

양적 성장을 이뤘다. 다만 은행권의 자발적인 움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물인 탓이다.

금융당국은 기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각 은행별로 실적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더욱이 실적이 저조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 이에 정부가 과도한 개입뿐만 아니라 경쟁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말(누적) 기준 국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74조786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39조2288억원)보다 25.5%%(35조5581억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 역시 31만6517건에서 40만5843건으로 28.2%(8만9326건) 늘었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업의 기술투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 등이 부족한 혁신 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014년 도입됐다.

일반적인 기업대출과는 달리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금리 제공과 대출 한도 증액 등의 혜택이 따른다.

실제로 기술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말 기준 3.57%. 일반 중소기업 대출(3.77%)보다 0.2%포인트 낮다. 평균 대출 한도 역시 일반 대출(1억8000만원)보다 2억1000만원 높은 3억9000만원이다.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7년 3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3월까지 2년 새 69.1%(71조4412억원) 불어났다. 비록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금융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아떨어지면서 성장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은행별 기술금융대출 잔액을 보면 3월말 기준 IBK기업은행이 57조3276억원으로 압도적 선두다. 이어 KB국민은행(25조889억원), 신한은행(23조700억원), 우리은행(21조6441억원), KEB하나은행(19조7932억원) 등의 순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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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문제는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답답증을 호소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기적인 실적 공개와 더불어 평가를 통해 순위 및 등급을 매기고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는 등 적극적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매년 상‧하반기 기술금융 평가를 실시해 대형은행과 소형은행 등 은행그룹별로 나눠 순위를 나누고 있다.

우수 성적을 받은 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을 감액 받는 인센티브를 얻는다. 반대로 하위 3개 은행은 가산된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매달 대출 잔액과 건수 등의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가 방식과 경쟁 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실제로 부분적인 개선이 매번 이뤄진다”면서도 “실적 공개와 평가가 계속돼 별반 다른 점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는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거래 기업을 기술금융대출 실적에 포함시키거나,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등 꼼수를 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기술신용대출 중 순수 신용대출 비중은 16.1%에 불과하다. 일반 중소기업대출(10%)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순수하게 기술력만 측정해 담보 없이 대출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소리다. 기술 ‘신용’ 대출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금융위도 기술신용대출이 취지에 맞도록 평가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는 신용대출 비중과 증가율에 대한 배점을 늘리고, 창업기업 지원 실적 평가를 강화한다. 또 국가 연구개발(R&D)과 연계한 후속 사업화 자금 지원 실적 평가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권 피로감을 느끼는 실적 공개와 순위는 바뀌지 않아 여전히 강제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자발적인 참여 및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패널티를 축소하고 보상 강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별 고객 특성과 경영 상황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실적평가 체계와 지표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실적 평가순위를 바탕으로 한 금전적 보상 및 패널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포상 등으로 전환해 은행의 자발적인 기술금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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