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가성비’ 지고 ‘가잼비’ 뜬다…식음료‧유통업계, ‘펀(FUN)’ 마케팅으로 소비자 유혹
[이지 돋보기] ‘가성비’ 지고 ‘가잼비’ 뜬다…식음료‧유통업계, ‘펀(FUN)’ 마케팅으로 소비자 유혹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5.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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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차지했던 자리를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채우고 있다.

구매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가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나타난 현상이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의 소비 경험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며 유행을 선도하고 자발적인 홍보 창구 역할을 맡는 게 특징이다.

이에 식음료를 비롯한 유통업계가 펀슈머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 출시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8일 ‘송이젤리’를 출시했다. 지난해 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장수 과자 ‘초코송이’를 젤리로 구현한 펀(fun) 콘셉트다.

앞서 오리온은 2017년 5월 ‘아이셔 껌’, 7월 ‘아이셔 하드캔디’ 등을 잇달아 내놨다. 사과·청포도·레몬 3가지 맛 중 모양은 같지만, 신맛이 2배 더 강한 ‘슈퍼 레몬 맛’을 숨겨 재미 요소를 더한 것.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아이셔’ 브랜드 매출은 72억원. 전년 대비 240% 급증했다. 판매량은 1000만개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맛본 셈이다.

신채원 오리온 마케팅 과장은 “아이셔 시리즈와 송이젤리 등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2030세대에게 ‘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새로운 맛과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팔도 ‘비빔면’과 롯데제과 ‘빠다코코낫’은 가잼비 대표 수혜주다.

팔도 비빔면과 삼겹살이 SNS상에서 최고의 조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팔도는 지난 2일부터 ‘삼겹살 비빔면 CF’를 선보였다. CF 후반 “‘닭발’, ‘물회’와도 비벼볼까?”라고 궁금증을 자아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빠다코코낫은 출시 후 약 40년 만에 제2 전성기를 맞았다. 빠다코코낫을 사용한 ‘앙빠’라는 이름의 디저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약 190억원) 대비 6% 정도 증가한 약 200억원을 기록했다.

앙빠는 빠다코코낫 사이에 팥 앙금과 버터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든 디저트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앙버터(앙금+버터) 빵에서 빵을 빠다코코낫으로 대체한 것.

김성민 롯데제과 홍보팀 대리 “빠다코코낫은 워낙 오래된 장수 제품이다 보니 취식 연령대가 높았지만 최근 앙빠가 유행하면서 20~30대 여성의 취식 비율이 높아져 브랜드가 젊어졌다”며 “앞으로 빠다코코낫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네티즌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전했다.

팔도비빔면과 삼겹살 조합, 빠다코코낫을 활용한 '앙빠' 레시피가 포털사이트,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사진=구글 캡처, 롯데제과

열광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재미를 접목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월부터 ‘골라담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매장에서 직접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과 가격 할인을 접목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월 11~17일 진행된 ‘양파 골라담기’ 이벤트는 일주일간 171t, 5만7000봉지가 판매됐다. 평소 대비 2.5배 많은 판매고다. 앞서 3월 16일~17일에 열린 ‘오렌지 골라담기’는 이틀간 일주일 치 판매분, 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진표 이마트 과일 바이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를 더한 ‘펀(fun) 마케팅’ 취지에서 골라 담기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고객들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다. 향후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 만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달 10일 숨겨진 할인 쿠폰을 찾는 ‘미스터리7’ 이벤트를 게릴라 오픈했다.

배달의민족 앱 로그인을 통해서만 진행 가능한 이벤트로 앱 곳곳에 숨겨진 7개의 미스터리를 스스로 풀어내는 과정과 희열 그리고 보상까지 삼박자를 갖추며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영문자판으로 숨겨진 문장을 한글로 해독하고 많은 양의 쿠폰 코드를 입력,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참가자들은 힌트와 방법, 성공 여부를 공유하며 뜨겁게 열광했다.

익명을 원한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미스터리7’이벤트는 고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마련했다. 참가자들이 흥미로워하는 등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재미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 만족을 이끌겠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은 또 매년 봄 음식을 주제로 한 창작시 공모전 ‘배민신춘문예’를 개최하고 있다.

2015년 이래 현재까지 누적 응모작이 57만편에 달한다. 그동안 ‘치킨은 살 안 쪄요_살은 내가 쪄요’, ‘박수 칠 때 떠놔라_회’ 등 주옥같은 작품들로 ‘드립 왕 선발’ 축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배민신춘문예는 25만건의 응모작으로 역대 최다인 550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배민신춘문예 영애의 대상은 ‘아빠 힘내세요~우리고 있잖아요_사골국물’이 선정됐다.

이어 ‘난 한방이 있어_삼계탕’, ‘커:보니 피: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_그래서 오늘도 커피’, ‘대창 무순 소라를 한우 건조 염통 모르겠네_내가 좋아하는 거 얘기하는 거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가잼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주도권을 어느 정도 넘겨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박진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가성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에 이어 소비에 재미를 더한 ‘가잼미’가 소비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펀슈머는 구매과정에서 느낀 즐거움을 스스로 공유하며 제품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펀슈머를 위한 마케팅의 핵심은 기존에 없었던 제품, 재미의 포인트가 얼마나 기발한지 등에서 참여율이 얼마나 되는지 즉 소비자에게 주도권을 얼마나 넘겨주느냐가 핵심”이라며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없고 여부에 따라 소비로 연결하는 고리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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