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10대 제약사 사외이사 10명 중 5명 ‘교수‧법조인’…“전문성” vs “독립성 훼손”
[이지 돋보기] 10대 제약사 사외이사 10명 중 5명 ‘교수‧법조인’…“전문성” vs “독립성 훼손”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9.05.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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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왼쪽부터) 연세대 교수·이오영 한양대 교수·이동호 울산대 교수·신유철 변호사·박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사진=소속법인 홈페이지 캡쳐
이철(왼쪽부터) 연세대 교수·이오영 한양대 교수·이동호 울산대 교수·신유철 변호사·박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사진=소속법인 홈페이지 캡쳐

[이지경제] 김주경 기자 = 10대(매출액 기준) 제약사 사외이사 10명 중 5명은 의학 전공 교수와 법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 영입이라는 설명이다. 또 효율적인 경영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회 일각에서는 이해관계가 얽히다보면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10대(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대웅‧한미약품‧광동제약‧동아에스티‧중외제약‧일동제약‧한국콜마) 제약사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조사 대상 제약사 사외이사는 총 56명이다.

제약사별로 살펴보면 일동제약(일동홀딩스 포함)이 9명으로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동아제약(동아에스티‧동아쏘시오홀딩스)이 8명, 대웅제약‧JW중외제약은 각각 7명, 6명이다.  

이밖에 유한양행‧종근당(종근당 홀딩스 포함)‧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포함)은 각각 5명, GC녹십자(녹십자 홀딩스 포함)‧광동제약은 각각 4명, 한국콜마(한국콜마홀딩스 포함)는 3명 등이다. 

10대 제약사 사외이사 현황. 표=김주경 기자
10대 제약사 사외이사 현황. 표=김주경 기자

10대 제약사의 사외이사 중 전‧현직 교수는 22명(39.3%)이다. 이외 기업인 13명(23.2%), 법조인 8명(14.3%), 전‧현직 공직자 4명(7%), 회계‧세무사 5명(9%), 금융인 3명(5.4%), 언론인 1명(1.8%)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직종별 분포도를 보면 의학‧제약‧바이오 등 전공 분야 출신 교수를 영입한 제약사는 총 6곳(12명)이다. 한미약품이 약대 교수 3명을 영입해 가장 많았다. 이어 유한양행‧JW 중외제약‧대웅제약(각각 2명), 동아에스티‧일동제약(각각 1명) 순이었다. 

주요 인사 프로필은 ▲한미약품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이동호 울산대 약대 교수. ▲한국콜마 오성근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대웅 장병원 아주대병원 특임교수. ▲동아에스티 류재상 이화여대 약대 교수. ▲JW중외제약 한정환 성균관대 약대 교수‧오구택 이화여대 생명과학대 특임교수. ▲일동제약 백남종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다.   

유한양행은 연세대 의대 의무부총장을 거친 이철 교수, ㈜대웅은 한양대 이오영 국제병원장(교수) 등을 자리에 앉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단장을 역임한 이동호(한미약품) 울산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사진=소속대학 홈페이지 캡쳐
유한양행은 연세대 의대 의무부총장을 거친 이철 교수, ㈜대웅은 한양대 이오영 국제병원장(교수) 등을 자리에 앉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단장을 역임한 이동호(한미약품) 울산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사진=소속대학 홈페이지 캡쳐

실세

병원 실세 영입 사례도 눈에 띈다. 유한양행은 연세대 의대 의무부총장을 거친 이철 교수, ㈜대웅은 한양대 이오영 국제병원장(교수) 등을 자리에 앉혔다.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의학‧제약‧바이오 분야를 제외한 비전공 교수도 상당하다. 총 10명 중 경영학 교수 4명, 경제학‧국제학 각각 2명, 법학‧정치학 각각 1명이다. 

제약사별 주요 인사는 ▲동아에스티 김근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우병창 숙명여대 법대 교수. ▲동아쏘시오홀딩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조봉순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GC녹십자 이영태 前가톨릭대 교수‧최윤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광동제약 양홍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종근당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JW중외제약 전비호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특임교수. ▲일동제약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다. 

제약업계 사외이사 가운데 학계 인사가 40%에 육박하는 것은 업종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들은 학회‧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각종 의료기술이나 신약, 약물반응 임상시험 결과 등 각종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제약사의 신약개발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오영(주 대웅) 교수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소화기운동학회에서 총무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호(한미약품) 울산대 교수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단장을 역임했다. 류재상(동아에스티) 이화여대 교수는 대한약학회 약품화학분과회 임원을 맡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제약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인사 영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약업 특성상 전문성‧투명성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교수나 병원장 출신을 가장 선호한다”고 전했다. 

일동홀딩스는 김각영(왼쪽) 변호사를 2014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을 거쳐 검찰총장을 지냈다. 한미사이언스는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서울서부지검장 재직한 신유철(중간) 변호사를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GC녹십자는 김앤장 로펌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대로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는 박준(오른쪽)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진=각사 캡쳐
일동홀딩스는 김각영(왼쪽) 변호사를 2014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을 거쳐 검찰총장을 지냈다. 한미사이언스는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서울서부지검장 재직한 신유철(중간) 변호사를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GC녹십자는 김앤장 로펌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대로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는 박준(오른쪽)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진=각사 캡쳐

방패?

법조인 영입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일동홀딩스는 김각영 변호사를 2014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을 거쳐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2010년부터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사외이사 전원을 법조인 출신으로 꾸렸다. 황의인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다. 2016년 사외이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이후 올해 재선임이 확정돼 3년 째 활동 중이다. 올해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한 신유철 변호사는 검찰 출신의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재직하다 2018년 퇴직했다.

유한양행도 정순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정 변호사는 중앙대 약대를 나온 약사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체규제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약사회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GC녹십자는 2014년부터 박준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며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현재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밖에 ㈜대웅은 이건행(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 변호사, 대웅제약은 이충우(법무법인 서린 대표) 변호사, 동아쏘시홀딩스는 김동철(법무법인 현 대표) 변호사를 영입했다. 

공직자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 등용도 상당하다. 

동아에스티(동아쏘시오홀딩스 포함)는 최희주 前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 일동홀딩스는 최상목 前 기획재정부 1차관이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종근당은 홍순욱 前 대전지방식약처장을 영입했다. 식약처 고위직 출신으로 퇴임 이후에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제약업계의 사외이사 구조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예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팀 차장은 “병원 당사자가 제약사 사외이사를 맡을 경우 전문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왜곡된 의사결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출결상황 등 사외이사의 활동내역을 투명하고 알기 쉽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선임과정에서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내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수긍하는 눈치다. 

익명을 원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오너일가 등 지배주주에 대한 전횡을 견제하는 직책이지만 법률적으로도 상근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어 아직까지는 회사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 역시 “법조인이나 관료 영입은 이사회 추천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나 변수가 워낙 많아 위기에 대응하고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은 맞다”고 피력했다. 

이어 “사외이사를 거수기로 활용한다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며 “한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매출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반영하려는 측면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주경 기자 ksy055@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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