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연 3% 高금리 예·적금, ‘빚 좋은 개살구’…은행권, 최고금리 앞세워 소비자 ‘낚시질’
[이지 돋보기] 연 3% 高금리 예·적금, ‘빚 좋은 개살구’…은행권, 최고금리 앞세워 소비자 ‘낚시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2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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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최고금리를 앞세운 일부 상품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최근 들어 안정적인 예수금 확보를 위해 연 3% 이상의 고금리 예·적금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본 제공 금리가 턱없이 낮고, 각종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구조다. 즉, 조건 충족이 까다롭다면 ‘빚 좋은 개살구’인 셈.

이에 소비자들을 최고금리로 현혹하는 일종의 ‘낚시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은행 상품 공시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를 분석한 결과, 16일 기준 금리가 가장 높은 적금(24개월 기준․군 장병 적금 등 정책상품 제외)은 연 4.05%를 제공하는 KEB산업은행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이다.

이어 ▲우리은행 ‘스무살 우리 적금(정액․자유)’ 3.70% ▲KEB하나은행 ’내집마련 더블업적금‘ 3.30% ▲KEB하나은행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3.10% ▲신한은행 ’신한 두배드림 적금‘ 3.00% 등도 고금리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예금 상품 금리가 연 1~2%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최고’ 금리일 뿐, 모든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은 아니다. 통상 은행 예·적금 금리는 기본 이율에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제공되는 우대금리가 합쳐져 최종 결정된다.

우대조건은 급여통장 지정, 전월실적 충족, 일정 금액 이상 잔액 보유 등 상품마다 제각각이다.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할수록 달성할 수 있는 난이도도 까다로운 편이다.

실제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산업은행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4.05%)’를 뜯어보면 기본 이자율은 2.05%에 불과하다. 여기에 은행이 설정한 재테크 활동을 할 경우, 하루 최대 2만원에만 연 3.5%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자사 체크카드 전월실적을 50만원 채워야하는 조건은 덤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가입과 은행 첫 거래 시 각각 0.2%포인트(p)를 추가로 제공한다. 또 만기까지 월 50만원 이상을 일정 횟수 이상 적립하면 0.1%포인트가 적용된다. 이처럼 복잡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연 4.05%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 더욱이 이 중 3.5%는 모든 저축금액에 적용되는 금리도 아니다.

다른 고금리 상품들도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때문에 현재 3% 이상의 수신금리를 받는 예금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 비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 2% 미만의 예금금리를 받는 소비자는 전체의 50.7%다. 나머지 49.3%는 연 2~3% 미만의 이자를 받는다. 3%대 이상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고금리 상품의 우대조건을 모두 달성해 최고금리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분명 3%대 상품은 있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혹

문제는 은행들이 최고금리를 앞세워 소비자를 상대로 ‘낚시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예금·적금 상품 소개 페이지. 사진=각 은행 홈페이지 캡쳐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예·적금 상품 소개 페이지. 사진=각 은행 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를 보면 예금상품 리스트에서 최대금리를 강조해 표기한 경우가 대다수다. 기본금리 및 우대 조건은 해당 상품 안내 페이지로 들어가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금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소비자라면 지나치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 종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겐 금리가 어려운 개념일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최고금리를 앞세우고 세부적인 조건은 복잡한 상품 설명서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상품을 홍보한다면 소비자가 자칫 간과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더욱이 인터넷․모바일뱅킹의 대중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업점 창구에서 상품을 가입할 경우, 은행원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우대조건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반면 비대면 상품 가입은 오직 소비자 본인의 판단만으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권의 상품과 금리 공시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금융상품 홍보나 정보를 공시할 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기본 금리나 최저금리를 알기 쉽게 표기해야 한다”면서 “해당 상품에서 몇 명의 소비자가 얼마만큼 수준의 이자를 실제로 받고 있는지, 금리 구간별로 공시하는 내용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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