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경기침체․저물가에 ‘금리인하’ 목소리 꿈틀…“아직은 때 아냐” vs “하반기 현실화”
[이지 돋보기] 경기침체․저물가에 ‘금리인하’ 목소리 꿈틀…“아직은 때 아냐” vs “하반기 현실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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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는 소수 주장에 불과했다. 대부분 연내 동결 혹은 한 차례 인상을 점쳤다.

하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인하가 대세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한은 내부에서도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는 주장이 나온다.

한은은 일단 인하론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가 이어질 경우 올 하반기 중 금리인하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기간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또 경기 악화가 지속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하기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는데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0.8%를 기록한데 이어 ▲2월 0.5% ▲3월 0.4% 등 넉 달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보다 0.3% 줄어 역성장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인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상호 작용해 디플레이션에 준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인하는 시장에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은 물론 한은 내부에서도 인하론이 대두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피지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 중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과 아세안+3(한중일)의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한국은 통화정책을 완화적 기조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우회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론 쪽에 힘을 실었다.

더욱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2명의 금통위원이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금통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현 기준금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완화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현재의 통화정책기조를 완화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종전보다 다소 약화됐다”고 밝혔다.

조동철 금융통화위원. 사진=뉴시스
조동철 금융통화위원. 사진=뉴시스

금통위 내부의 이같은 인하 의견은 조동철 위원에 의해 확실해졌다. 조 위원은 이달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이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현욱 KDE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21일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그런 조짐이 보일 경우 금리 인하를 포함해 통화정책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스크

다만 한은이 실제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와 금융 불균형 확대 등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리스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0%로 한은 기준금리(1.75%)보다 0.75%포인트 높다. 2017년까지는 기준금리가 더 높았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근 2년간 정책금리 인상을 수차례 단행하면서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한국 금리를 넘어섰다.

역전된 한미 금리 차는 지난해까지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이 차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경기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 확대로 연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금융불균형의 추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한은도 공식적으로는 금리인하론에 선을 긋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지만 이미 높은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상황”이라며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경기침체 장기화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실제로 금리 인하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준금리 1.75%는 주요 신흥국 기준금리보다 크게 낮아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적다”며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금리 인하를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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