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1년 전 ‘금리조작’ 파문 벌써 잊었나…대출금리 ‘엉터리’ 산정 무더기 적발
[이지 돋보기] 은행권, 1년 전 ‘금리조작’ 파문 벌써 잊었나…대출금리 ‘엉터리’ 산정 무더기 적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2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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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이 대출금리를 엉터리로 산정해온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당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책정할 때 가장 중요한 가산금리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했다. 또

소비자의 금리인하요구권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일부 은행에서 발생했던 ‘대출금리 조작 파문’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발생해 일종의 도덕적해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감독당국은 은행에 대출금리 책정 방식을 개선토록 하고, 부당 산정 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3건의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성격의 조치다. 통보 받은 은행은 3개월 이내에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과 신한․우리은행이 3건, KEB하나와 SC제일․씨티은행은 2건의 경고가 각각 내려졌다. 이들 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책정하는 체계가 미흡해 내부통제를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와 법적비용, 소비자의 신용 등을 반영해 은행이 정한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붙여 최종 대출금리가 책정된다. 즉 은행이 가산금리를 어떻게 매기냐에 따라 소비자의 금융 부담이 결정된다.

이처럼 핵심적인 사항임에도 대다수 은행은 가산금리 책정 체계가 주먹구구식이다.

일례로 KEB하나은행은 가산금리 책정 시 영업점 직원이 임의로 산정한 ‘최고금리’나 ‘기타 예외금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운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내부 심사위원회의 심사 없이 부서장 회의만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위험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는 등 심사절차를 소홀히 한 경우도 있었다.

신한과 우리은행은 일부 가계대출 상품 취급 시 과거 비슷한 상품의 가산금리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최종금리를 결정해온 것이 드러났다. 고객의 담보나 신용 등 개인별 리스크 특성을 가산금리에 반영해야 함에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우리은행은 또 일부 대출 과정에서 대출자의 소득금액을 잘못 입력에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 요소인 목표이익률을 산정할 때 경영목표와는 관계없는 과거 1년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이자율을 책정했다. 씨티은행은 매월 1회 이상 검토해야 하는 유동성 프리미엄(유동성에 대한 위험 관리 비용)을 지난 2015년 1월 이후 4년 넘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C제일은행 심사 등 절차를 생략하고 담당 부장 전결로 가산금리 항목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의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을 당시보다 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소득이 늘어나면 이자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KB국민과 신한․우리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고객의 신용도가 상승했음에도 감면금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축소해 가산금리 인하폭을 줄였다. 아울러 금리인하요구권을 접수·심사한 기록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피장파장

이번 경영유의 조치는 금감원이 지난해 2~3월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을 검사한 결과다.

은행권은 지난해 6월 이른바 금리 조작 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룬 바 있다. 당시 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대출을 취급할 때 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하거나 인상해 약 1만3000건, 26억원 규모의 이자를 더 수취하다 적발된 것. 이에 해당 은행들은 과대 적용된 대출 이자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다른 은행들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적발된 은행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경영유의 조치에서 지적받은 가산금리 부당 산정과 금리인하요구권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점 모두 지난해 금리 조작 파문에서 밝혀진 수법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난 1월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시행 중에 있다. 지난달부터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개정․시행하고, 대출자에게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한 것 등이다.

그러나 부당한 금리 산정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상 금리 과다 산정 등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매기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며 “부당산정 행위를 불공정 영업행위로 지정해 제재가 가능토록 하는 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대출금리 부당산정에 대해 제재 근거를 마련할 목적의 법안 3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금리 부당산정을 불공정 영업행위로 지정하고 과태료와 더불어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요구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의 금리운용시스템이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상시 감독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기본 의무사항”이라며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주고 합리적이게 산정했는지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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