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꼼수’ 논란 속 중도금 연체 마케팅 등장…국토부 입장은?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꼼수’ 논란 속 중도금 연체 마케팅 등장…국토부 입장은?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5.28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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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GS건설
사진=뉴시스, GS건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분양시장에 등장한 ‘중도금 연체 마케팅’이 뜨거운 감자다.

중도금 연체 마케팅은 청약 당첨자가 계약 후 중도금을 연체해도 계약이 유지된다는 게 골자다. 더욱이 4%대 금리를 적용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우회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 또 중도금 연체 특약의 경우, 과거부터 암암리에 존재해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선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쏠린다. 정부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지난 7일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는 중도금 3회를 내면 나머지 3회를 연체해도 계약이 유지된다. 연체이율은 시중 대출금리 수준인 5.0%까지 낮췄다.

이는 은행권에서 4% 초반대의 이율로 대출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다. 일반적으로 중도금을 연체하면 7~8%에 이르는 가산이자가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인 셈이다.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전 가구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청약을 망설이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청약에 당첨돼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다.

GS건설은 수분양자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이같은 방법을 택했고 이는 적중했다.

실제 방배그랑자이 1순위 당해 청약접수 결과, 256가구 모집에 2092건이 접수됐다. 평균 8.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범건 GS건설 분양소장은 “중도금 연체 이자를 낮게 책정해 구매 부담을 낮췄다”면서 “목돈이 부족한 30~40대 젊은층의 관심이 높았고 계약도 순조롭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GS건설, 픽사베이
사진= GS건설, 이지경제DB, 픽사베이

문턱

일각의 시선이 곱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꺼내든 정부의 카드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회 전략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정부가 어렵게 누른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 등을 안정화시켜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건설사가 중도금 연체 문제를 담보하고 나서면 투기 세력이 다시 꿈틀댈 수 있다. 정부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설업계 입장은 다르다. 꼼수가 아닌 틈새 전략이라는 것. 오히려 정부의 고강도 정책에 따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 이에 중도금 연체, 중도금 무이자 마케팅 등으로 문턱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대출 등을 막는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거래를 억제하고 이로 인해 인위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하면서 실수요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을 막으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뜻)현상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출을 억누른 데 따른 부작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방배그랑자이처럼 실수요자 중심으로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 주택 시장에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를 억제해 실수요자들은 꼼짝 못하게 됐다”며 “기존 주택을 팔고 새로운 집으로 가려해도 거래가 없어 팔리지도 않고 대출마저 어려워 새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 일이 발생한다. 공급 없는 억제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규제로 건설사는 미분양이 늘어나게 될 수 있고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입지 좋고 수요가 풍부한 강남이어도 기존 무주택자 중 대출 없이 9억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중도금 연체 특약이나 무이자 마케팅 같은 방법이 오히려 주택경기 활성을 위해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제 시선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쏠린다. 정부가 중도금 연체 마케팅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반면 건설업계에 개선을 요구한다면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현재까지 국토부 입장은 정중동이다. 확실한 답변을 내릴 수 없지만 중도금 연체 특약 등을 포함한 보완점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건설사와 수분양자 관련된 계약에 제지를 하는 등 개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현재 중도금 연체 특약 등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대출 등과 관련, 보완점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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