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일자리 위협 받는 은행원, 로봇 등장에 ‘전전긍긍’…2차 인력감축 대란 초읽기?
[이지 돋보기] 일자리 위협 받는 은행원, 로봇 등장에 ‘전전긍긍’…2차 인력감축 대란 초읽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6.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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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금융 업무 전반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에 ’신의 직장‘이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은행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은 최근 들어 비대면 금융거래 강화와 함께 점포 통폐합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더욱이 RPA 확대에 따라 여신․회계 등 업무 처리가 자동화되면 잉여 인력으로 전락한 일부 은행원을 대상으로 한 2차 인력감축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단순․반복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던 RPA를 금리 산출․거래 확인․여신심사 등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RPA는 기존에 은행원이 처리했던 업무에 로봇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자동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총 19개 은행업무, 22개 프로세스에 34개의 협업로봇인 ‘하나봇(HANABOT)'을 투입해 RPA 체계 구축을 완료했다.

이 시스템이 처리하는 업무 영역은 ▲기업 신용등급 자동 업데이트를 통한 통합신용대출 금리 산출 ▲주요 파생거래 실시간 확인 ▲자금세탁 고위험군 데이터 자동 추출 ▲글로벌 네트워크 대상 재무회계 정합성 점검 및 위험징후 모니터링 등의 본점 업무 ▲여신 심사를 위한 자동차 원부 자동 발급 등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3월부터 ‘RPA 프로젝트2’를 시작했다. 오는 3분기 말까지 여신심사와 서류 등록,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용지시 및 금리 등록 등 14개 부서, 30개 업무를 자동화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역시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머신러닝(ML)기반 기업여신 자동심사에 RPA 모델 도입에 나섰다. 이밖에 40여개 업무에 RPA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가계․기업여신과 카드 등 주요업무에 RPA를 도입했다. 서울 서대문구 본사 에 디지털 워크포스(workforce) 운영을 총괄하는 ‘RPA 컨트롤룸’을 구축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절감

은행권이 RPA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업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RPA 도입․확대를 통해 연간 누적 8만 시간을 자동화하고 3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향후 5년간 65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문제는 은행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향후 단순․반복 업무를 책임져온 은행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 이같은 우려를 현실화한 바 있다.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직원 수(정규직+무기계약직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모바일뱅킹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지난 2015년 말 9만901명에서 ▲2016년 말 8만8799명 ▲2017년 말 8만4492명 등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인력 감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1분기 8만3269명에서 ▲2분기 8만3564명 ▲3분기 8만3580명 ▲4분기 8만4317명 등 소폭이나마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RPA 기술이 발달해 업무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고도로 전문화된 정규 인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미국 씨티그룹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은행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정점이었던 은행 풀타임 인력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등으로 대체되면서 점차 감소 추세다. 보고서는 오는 2025년 은행 인력이 금융위기 이전의 40~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RPA 도입에 따라 여력이 생긴 은행원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등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RPA가 확대되고 있지만 은행원이 전문적으로 처리해야할 일을 도맡을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업무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기업 여신심사를 할 때 재무제표에 기재된 수치를 은행 전산 시스템에 옮겨 기록하는 등 번거로운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RPA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된다는 분석 결과도 나온다. 또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화되면 RPA가 단축된 시간을 메워줄 수단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제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RPA 도입 기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규제대응, 업무정확도, 생산성, 인력운영 유연성 등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도입 조직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단축된 상황에서 RPA가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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