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 독점 해외송금 ‘지각변동’ 예고…핀테크부터 농‧수협‧우체국까지 호시탐탐
[이지 돋보기] 은행 독점 해외송금 ‘지각변동’ 예고…핀테크부터 농‧수협‧우체국까지 호시탐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6.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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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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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송금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정부가 소액해외송금업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핀테크업체를 통한 송금 수요가 늘고 있다. 또 농협(단위)‧수협‧우체국 등의 진출이 예고된 것.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권 중심의 경쟁구도가 변화하고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의 활용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해외송금 사용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개인 해외송금액 규모는 지난해 134억 달러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5년(87억2000만 달러) 대비 53.7%(46억8000만 달러) 늘었다. 개인 해외송금액 규모는 2010년 95억4000만 달러에서 2015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송금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장기체류 등록 외국인 수를 보면 ▲2010년 91만9000명에서 ▲2015년 114만3000명 ▲지난해 124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전체 해외송금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25%에서 지난해 40%까지 높아졌다.

6.1%

핀테크 업체가 주축이 된 소액해외송금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도 특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액해외송금업자를 통한 송금액은 2017년 말 14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3억65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5분기 만에 26.4배 증가했다.

소액해외송금업은 동일인 1건당 3000 달러, 연 3만 달러 이하의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사업을 말한다. 본래 해외송금은 은행권만 담당했으나 2017년 8월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핀테크 업체의 외환송금업무가 허용되면서 여러 도전자가 뛰어들어 시장을 형성했다. 소액해외송금업자는 2017년 8월 최초 4개 업체가 등록 후 지난달 말 기준 20개까지 늘었다.

소액해외송금업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해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를 통해 송금된 금액은 8억1500만 달러, 건수는 116만건으로 건당 평균 송금액은 700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해외송금액 중 6.1% 수준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지만 아직 은행권에 위기감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명 핀테크 업체들이 저렴한 수수료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은행권도 뱅킹 어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해외송금을 지원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어 경쟁력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며 소액해외송금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올 1월부터 해외송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자금정산 업무를 은행권 외에 증권사와 카드사 등으로 확대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에는 송금‧수금 한도를 연 5만 달러(건당 50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등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한 차례 더 개정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이지만 한도 문제로 소액해외송금업자를 등한시했던 이용자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농‧수협이나 우체국 등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금융업권까지 시장에 뛰어든다면 은행 입장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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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농‧수협 등은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지방 영업점 비중이 높다. 이에 지방 거주 외국인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해외송금시장에 들어오는 신규 사업자의 경우,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을 통해 보다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코인원트랜스퍼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상용화해 주목받은 바 있다. 또 해외송금 플랫폼 ‘레밋(REMIIT)’을 운영하는 블루팬넷은 지난달 암호화폐를 이용한 해외송금관련 특허를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해외송금시장을 이용자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기존 해외송금은 국가 간 송금 국제코드인 스위프트(SWIFT)망을 거쳐 송금이 이뤄졌기에 시간이 3일~5일 가량 걸린다. 또 필요한 정보(수취인의 금융기관 명칭, FT코드, 금융기관 주소, 계좌번호, 이름, 전화번호 등)가 많았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해외 현지 은행에 미리 목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이 있을 때마다 지급하는 ‘프리펀딩’이나, 여러 건의 해외송금 요청을 묶어 보내는 ‘풀링’ 등의 방식을 채택해 시간과 수수료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액해외 송금시장 확대는 송금수수료의 인하를 유도하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익을 제고할 것”이라며 “단 신규 참가자가 많아지는 만큼 안정성 확보와 거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시스템 점검 등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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