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김치' 일감 몰아주기 덜미…공정위, 이호진 전 회장 고발
태광그룹, '김치' 일감 몰아주기 덜미…공정위, 이호진 전 회장 고발
  • 이민섭 기자
  • 승인 2019.06.1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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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을 사익편취혐의 등으로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동일인) 등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는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대규모로 구매했다.

휘슬링락CC는 영업 부진으로 지난 2011년 124억4000만원, 2012년 167억6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3년 총수 일가 100% 소유 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됐다. 2012년 12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티시스는 휘슬링락CC를 떠안은 2013년 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휘슬링락CC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2014년 4월부터 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단가는 10㎏당 19만원으로 정했다. 태광그룹은 이 김치를 각 계열사별로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 비용으로 구매한 뒤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와중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 구매 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근로자 재산 형성 지원, 장학금 등 생활 원조에 사용하도록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금이다.

태광은 또 2015년 7월부터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 태광몰을 구축해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포인트 19만점을 지급한 뒤 김치를 구매할 때만 쓰도록 한 것. 이 포인트는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해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태광 계열사들이 법을 위반한 2014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3t가량. 95억5000만원어치에 이른다. 휘슬링락CC가 이 기간 김치를 팔아 올린 영업이익률은 43~56%로 같은 기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를 기록했다.

태광그룹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은 김치에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기간 태광 계열사들은 총수 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 '메르뱅'으로부터 와인도 사들였다. 2014년 7월 태광 경영기획실이 '그룹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계열사 선물 제공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해서다. 경영기획실은 같은 해 8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 조건에 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도 하지 않았다. 또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와인을 구매할 때 김치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년 7월~2016년 9월)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46억원어치다.

공정위는 태광 계열사들이 이 기간 동안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해 총수 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가 최소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 이익은 25억5000만원 이상, 와인은 7억5000만원 이상이다. 이 이익은 대부분 이 회장과 그의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이에 공정위는 태광산업 등 19개 계열사를 행위 주체로 간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김치 거래), 제4호(와인 거래)를 적용했다. 행위 객체인 티시스와 메르뱅에는 제23조의2 제3항을, 사익 편취 행위 지시 및 관여자인 이 회장에게는 법 제23조의2 제4항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티시스에 8억6500만원, 메르뱅 3억1000만원, 태광산업 2억5300만원, 티브로드 1억9700만원, 흥국화재 1억9500만원, 흥국생명 1억8600만원 등 19개 계열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19개 계열사와 이 회장, 김 전 대표를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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