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넌 찍혔어! 홍삼으로 만들어 줄게” 필립스코리아, 또 터진 ‘직장 갑질’…정신과 치료 등 피해 심각
[단독] “넌 찍혔어! 홍삼으로 만들어 줄게” 필립스코리아, 또 터진 ‘직장 갑질’…정신과 치료 등 피해 심각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9.06.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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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립스코리아
사진=필립스코리아

[이지경제] 김주경 기자 = 가전‧의료기기 전문기업 필립스코리아에서 또다시 직장 갑질 사건이 터졌다. 

중간관리자인 팀장이 부하직원을 상대로 폭언과 비하 발언을 수년째 지속한 것. 이에 일부 직원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상당하지만 사측의 대응은 상식 밖이다. 공식적인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직장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필립스코리아의 직장 갑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경 임원의 직원 폭행 사건이 드러났다. 이후 자정은커녕, 제2 제3의 갑질이 반복됐다. 기업 문화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8일 필립스코리아에 재직 중인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생활가전사업부 소속 팀장 A씨는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폭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A팀장은 평소 직원들 사이에서 폭언과 비하 발언의 대명사로 불리는 등 악명이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물류팀 직원 B씨를 욕설에 가까운 폭언으로 위협해 인사팀으로부터 한차례 경고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부서 회의 중 수시로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직원을 향해 “널 홍삼(6년 간 찧고 빻고 찧고 빻고 해서 못 견디고 나가게 만들거나 복종하게 만들겠다는 의미)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 각오하라”고 위협했다. 업무시간에도 “너는 올해 나의 타깃이다”라며 괴롭히는 일이 잦았다. 1대1로 진행하는 개인면담에서는 “넌 내 눈에 이미 찍혔다”, “너의 눈빛‧숨소리‧말투 등 모든 걸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성 발언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원들의 사생활까지 들춰내 위화감을 조성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3월 있었던 회식자리에서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버지 뭐하시는 분이냐?”, “구체적으로 어디 다니시냐” 등을 캐물었다. 

타깃이 된 직원 B씨에게는 “너 네 아버지 000기업 높은 분이라며?”, “아버지 믿고 그렇게 설치냐? 너 나대지 마. 네가 가진 빽으로 직원들 사이에 분란 일으키지마!”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최근까지 A팀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직원은 6명 정도다. 이들 중 3명은 갑질을 견디지 못해 퇴사했다. 남은 3명 역시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다. 

3명 가운데 1명은 사내 심리센터에서 익명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 또 다른 1명은 업무상 외상 스트레스 판정을 받아 정신과 치료 중이다. 나머지 1명은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피해자 B씨는 “A팀장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면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고, 심지어 직원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가족사까지 들먹여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폭언에 대해 항의도 못하게 하고 인사팀에 찾아가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사정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금 감정이 폭발할 때로 폭발해있는 상황이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너무 어려워, 1주일에 두 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방관 

갑질을 자행하면서 인사고과 등을 운운하는 치졸한 모습도 보였다. 

A팀장은 직원들에게 “나는 조만간 이사를 달 거야. 디렉터로 승승장구 할 거야”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 또 인센티브와 직원 인사고과 평가를 무기로 협박을 일삼았다. 이에 직원들은 “찍히지 않으려면 복종해야 한다”며 전전긍긍했다는 전언이다. 

피해 직원들은 A팀장의 도를 넘는 갑질을 견디다 못해 회사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수수방관했다는 주장이다. 

A팀장으로부터 폭언 등의 피해를 입은 직원들은 올 3월 초 인사팀을 찾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 수위도 경고 처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사측은 개선을 약속했지만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B씨는 “회사에서 추진하는 교육은 오래전부터 이뤄져온 직원 개개인의 커리어 개발 교육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법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은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며 내부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팀장에게 갑질을 하도 당해서 이제는 시시때때로 녹음해 증거 확보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사생활이 힘들다”면서 “회사는 지금이라도 돈만 많이 주면 된다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필립스코리아는 직장 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피해 신고가 접수되며 내부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형옥 홍보이사는 이와 관련, “A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물류팀 직원에게 부적절한 폭언을 한 사실이 보고돼 경고 등 1차례 인사조치가 이뤄졌고, 전 직원 교육 때 이같은 내용이 공유됐다”면서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A팀장과 관련된 갑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만 내부 절차를 밟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모든 직원이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지 관리 감독할 수 없다.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면 신고를 해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사장‧전무 폭행 파문 이후 내부적으로 각성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과 10월 신임 대표이사와 신임 부사장이 부임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대표이사와 부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급폐지, 존칭어 사용 등도 직장 문화 개선을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주경 기자 ksy055@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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