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권, 190조 퇴직연금시장 정조준…수수료 내리고 새판 짜기 돌입
[이지 돋보기] 금융권, 190조 퇴직연금시장 정조준…수수료 내리고 새판 짜기 돌입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6.20 0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권이 퇴직연금 개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잠재고객인 은퇴세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긴 위한 일종의 새판 짜기다.

퇴직연금시장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新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한다.

이에 금융지주와 생‧손보 등 금융권은 단순 상품 출시를 넘어서, 전담 조직 신설․개편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퇴직연금 사업체계 개편에 나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17일 계열사별로 나뉜 퇴직연금사업을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지주 내 은행과 보험사 등 어느 계열사를 통해 퇴직연금에 가입해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퇴직연금 사업 체계 개편의 최우선 과제인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의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솔루션을 만들기로 했다.

또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는 등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도 구축했다.

KB금융은 지난달 28일 자산관리(WM)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연금사업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했다. 이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 연금고객에 대한 사후관리와 은퇴 서비스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룹 내 연금사업 비중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기존의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시켰다. 이를 통해 연금사업본부 산하에 제도·서비스 기획과 연금고객 사후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연금기획부와 마케팅·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연금사업부 체제로 재편했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도 기존 연금사업 조직에서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이로써 연금기획부는 지주와 은행, 증권, 손해보험 4사 겸직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달 31일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연금 가입자에 최적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연금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다. 또 1대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가입자 스스로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형 연금 자산관리 상담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담인력을 1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도 오는 3분기를 목표로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잠재력

금융지주사들이 이같이 은퇴금융에 매진하는 이유는 향후 은퇴자들이 국내 금융권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은 19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168조4000억원) 대비 12.8%(21조6000억원) 불어난 규모다. 2016년(147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29.1%(43조원)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후 대비가 힘들다는 인식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향후 400조원 가까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신금액 확보가 관건인 금융사로서는, 가입자들이 은퇴 전까지 지속적으로 돈을 넣는 퇴직연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도 퇴직연금의 수수료 수익의 역할이 필요하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고 고령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는 국내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즉, 금융사 입장에서는 그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기대치가 더욱 올라가는 시장인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입자가 매년 성과를 평가해 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 상품인데 그동안 수익률 등에서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경향이 있어 왔다”며 “고객들의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수익률과 품질 제고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자 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의 진전으로 퇴직연금 등의 수요가 지속 증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향후 수익성 하락을 대비한 새로운 영업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연구원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장기간 동안 자금을 축적‧처분할 수 있는 연금 등 가입이 늘면서 장기금융자산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이어질 수 있어, 자문서비스 및 PB영업 확대 등 새로운 영업모델 및 수익원 다각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