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베리 뉴 티볼리가 세련된 스타일과 똑 부러지는 드라이빙 감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남·여 모두 반할 멋이다.
2030세대에게 사랑받던 아머에 한 자밤의 조미료(변화)를 추가하며 작지만 큰 변화를 완성시킨 것. 다소 밍밍한 김치찌개도 치킨스톡을 넣으면 요리가 되는 것처럼 진화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동구 아리수길에서 베리 뉴 티볼리의 민낯을 살펴봤다. “뭐가 달라진 거야?”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칠 때쯤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인상을 좌우하는 눈매(헤드라이트)는 그대로다. 다만 헤드램프와 수직형 포그램프를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뒷부분은 약간 각진 형태의 볼륨을 강조했다. 아머가 다소 밋밋한 귀여움을 선사했다면 베리 뉴 티볼리는 SUV의 남성미가 느껴진다.
베리 뉴 티볼리는 쌍용차 디자인의 상징인 ‘와이드 C필러로 SUV 고유의 힘을 표현했다. 이같은 변화는 앞서 지난 2월 완전 변경돼 출시된 코란도와 비슷하다.
실내의 변화는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특히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확 달라졌다. 중앙에 자리 잡은 센터페시아는 태블릿 타입으로 변경돼 모던하면서 심플함이 묻어난다. 운전석 클러스터도 10.25인치 디지털 방식이다. 다만 기어시프트의 경우, 아머의 디자인과 위치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1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운전석과 조수석 문 아래쪽에 1.5ℓ와 0.5ℓ PET병을 동시에 나눠서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종종 1.5ℓ PET병을 구겨 넣었던 불편함을 떠올린다면 대단하지 않아도 세심한 배려다. 때론 이런 게 고객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2열의 경우 1810㎜의 전폭을 자랑하듯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시트도 뒤로 넉넉하게(32.5도) 젖힐 수 있어 안락함을 제공한다. 180㎝가 넘는 두 기자가 앉아도 충분했다. 풀 플랫 폴딩 기능으로 트렁크 적재공간을 활용도도 넓혔다. 골프백이나 접이식 자전거를 넣고도 남을 공간.
감성
외모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보니 이제 달릴 차례다. 주행 코스는 서울 강동구에서 춘천의 한 카페까지 편도 약 85㎞ 구간. 두 명의 기자와 번갈아 운전했고 기자는 춘천 카페에서부터 돌아오는 코스를 맡았다.
카페에 앉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감상한 뒤 오렌지에이드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잡았다. 운전대는 기자 취향이다.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되는 스포티 디컷(D-Cut)에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전 세대와 큰 변화는 없다.
주행능력은 다소 밋밋했다. 이미 수많은 고급차를 시승한 탓인지 별다른 감동 포인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승한 기자에게 “그냥 택시가 승객 모시듯이 갈게요”라는 말을 던졌을 정도.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주행하던 중 다시 정신을 잡았다. “이러면 안 되지. 이 차는 소형 SUV. 여기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로 변경 후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날렵함은 좀 떨어져도 1.5 터보 가솔린 엔진 덕분에 제법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노멀 주행모드보다 확실히 힘이 나아졌다. 다만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았을 때의 엔진 소리보다 반응이 조금 느린 것 같은 기분은 지워지지 않아 아쉬웠다.
동승한 기자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기존 티볼리보다는 오르막이나 고속주행이 조금 개선된 것 같다”며 “여전히 개성 있는 디자인과 크게 오르지 않은 ‘착한가격’을 감안한다면 젊은 세대에게 계속 먹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전성은 수직상승. 기존 아머에는 ▲긴급제동보조 ▲차선이탈경보 ▲차선유지보조 ▲스마트하이빔 ▲전방추돌경보 등이 있었다. 여기에 ▲앞차출발알림 ▲부주의운전경보 ▲안전거리경보 ▲사각지대감지 ▲차선변경경보 ▲후측방접근경고 등이 추가됐다. 특히 후측방접근충돌방지보조와 탑승객하차보조는 동급 최초다.
실제 이같은 안전사양은 운전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차선을 이탈했을 때 바로 잡아주는 것 역시 든든하다. 워낙 안정적인 운전을 자랑하는 기자의 경우 전방추돌경보 시스템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총평이다. 베리 뉴 티볼리는 솔직히 주행능력은 동급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티볼리의 정체성 범위 안에서의 작은 변화로 SUV 특유의 감성을 나타냈고 실내의 안락함과 안전 및 편의사양을 높였다. 티볼리가 쌍용차를 먹여 살리는 ‘소년가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