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고졸에서 은행장까지…시중은행 임원 4명중 1명, ‘입지전적’ 상‧공고 출신
[이지 돋보기] 고졸에서 은행장까지…시중은행 임원 4명중 1명, ‘입지전적’ 상‧공고 출신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7.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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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원의 ‘별’로 통하는 상무급 이상 임원진에 상업‧공업고등학고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은행 생활을 시작해 대학 출신 경쟁자들을 제치고 요직에 오른 것. 더욱이 은행장이나 금융그룹 회장 자리까지 영전하는 등 입지전적인 인물들도 있다.

1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기준 상무급 이상 임원(사외이사 제외)은 총 101명이다. 이들의 출신고교를 분석한 결과 25.7%(26명)가 상‧공고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4명 중 1명꼴이다.

은행별 비중을 보면 우리은행이 임원 25명 가운데 11명(44%‧상고 10명, 공고 1명)이 상고‧공고를 졸업해 가장 많았다. 이어 KEB하나은행은 29명 중 7명(24.1%‧상고 5명, 공고 2명)이다. 또 ▲신한은행 26명 중 5명(19.2%) ▲KB국민은행 20명 중 3명(15%) 등의 순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KB국민은행은 20명의 임원 중 김남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강릉상고를 나왔다. 또 오보열 CIB고객그룹 부행장은 광주상고 출신으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동문이다. 이환주 개인고객그룹 전무는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했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현 은행장이 덕수상고 출신이다. 이에 진 행장이 지난해 12월 차기 행장 후보에 올랐을 당시 ‘고졸 신화’로 집중 조명된 바 있다. 진 행장 외에 서춘석 디지털그룹 부행장과 이명구 ICT그룹 부행장보도 같은 학교 출신으로 동문이다. 이밖에 윤상돈 부행장보(광신상고)과 왕미화(부산진여상) WM그룹 부행장보 역시 상고를 나왔다.

우리은행은 상고‧공고 출신 임원이 거의 절반에 달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먼저 정채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집행부행장이 목포상고를 나왔다. 또 하태중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은 통영상고 출신이다. 최홍식 기관그룹 집행부행장보는 대구상고를 졸업했다.

이밖에 ▲박화재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보(광주상고) ▲정종숙 WM그룹 집행부행장보(충주여상) ▲송한영 외환그룹 상무(제일여상) ▲김정록 IB그룹 상무(서울북공고) ▲원종래 업무지원그룹 상무(선린상고) ▲고정현 정보보호그룹 상무(덕수상고) ▲김성종 IT그룹 상무(선린상고) ▲김호정 부동산금융그룹 상무(선린상고) 등이다.

하나은행에서는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겸 미래금융R&D본부 부행장이 선린상고 졸업자다. 이호성 영남영업그룹 부행장은 대구중앙상고를 나왔다. 김인석 중앙영업2그룹 부행장은 강경상고 출신이다.

박의수 기업사업본부 전무와 윤순기 대전영업본부 전무는 각각 전북기계공고와 부산기계공고를 나왔다. 이외에 백미경 소비자행복그룹 겸 소비자보호본부 전무는 성동실업고(현 성동글로벌경영고)를, 박지환 기업영업그룹 전무는 청주상고를 졸업했다.

출신학교별로는 선린상고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덕수상고 출신자도 4명에 달한다. 두 학교 모두 유수한 인재를 배출해 낸 명문학교로 명성이 있다.

시대상

은행권에 상‧공고 출신 임원이 많은 까닭은 과거 시대상과 관련 있다. 현직 임원들이 사회초년생 시절인 1980년대에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대학 진학보다는 금융권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이 지나 이들이 내부경쟁을 뚫고 승진을 거듭하면서 요직에 오르게 된 것.

진옥동(왼쪽부터) 신한은행장, 정채봉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 사진=뉴시스, 각 은행
진옥동(왼쪽부터) 신한은행장, 정채봉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 사진=뉴시스, 각 은행

물론 상‧공고 출신 임원들이 전부 고졸 출신에 머무른 것은 아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교육 과정까지 마친 다음 행원 생활을 시작한 경우도 있고,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도 주경야독해 학위를 얻어 본인 가치를 높인 인재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기도 전인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신한은행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 1996년 중앙대에서 각각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채봉 우리은행 집행부행장도 1978년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1987년 방통대 경영학과, 1999년 명지대 경영학 석사, 2009년 동국대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반면 하태중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은 1978년 통영상고를 졸업한 뒤 경북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1982년 졸업 후에야 취업에 나섰다.

이른바 고졸신화를 만든 인물들도 적지 않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과 윤상돈, 이명구, 왕미화 신한은행 부행장보 등은 오로지 실력과 인성 등을 바탕으로 별도의 학위 취득 없이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은행권에서 상‧공고 출신 인재가 임원급에 진출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강경상고 출신이다. 또 윤종규 현 KB금융그룹 회장(광주상고)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선린상고) 등과 같이 대형 금융그룹의 회장까지 영전한 사례도 나온다.

앞으로는 이같은 고졸 신화 재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권이 대졸자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상‧공고 출신 인재가 임원급에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원뿐만 아니라 모든 승진은 학벌이 아닌 은행 내부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현 임원들도 이같은 평가방식에 따라 요직까지 오른 것”이라면서도 “최근에는 대졸자 행원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 만큼 비율상으로만 봤을 때는 상‧공고 출신 인재들이 임원이 될 확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직급별로 능력 있는 인재들이 포진돼 있으니 상‧공고 출신의 임원 진출이 끊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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