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헛물 제대로 켰네” 은행권 공동인증서 ‘뱅크사인’, 이용률 0.18% ‘흥행 참패’
[이지 돋보기] “헛물 제대로 켰네” 은행권 공동인증서 ‘뱅크사인’, 이용률 0.18% ‘흥행 참패’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7.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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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뱅크사인(BankSign)’이 출시 1년(8월 27일)을 앞둔 가운데 이용률은 흥행 참패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인증서보다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사용 범위가 은행권에 제한되는 등 한계가 명확한 탓이다. 또 발급 과정이 공인인증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뱅크사인 이용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20만여명(구글플레이․애플스토어 다운로드 수 기준)이다. 지난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1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저조한 흥행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한국은행의 ‘2018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지난해말 기준 1억607만명(복수 은행 이용자 중복 합산)이다. 즉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 0.18%만이 뱅크사인을 선택한 셈이다.

뱅크사인은 은행연합회와 회원은행들이 공동으로 준비해 온 전자인증 수단이다.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목적으로 삼성SDS에 투자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9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분산장부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용자가 은행 한 곳에서 뱅크사인을 발급받으면 이 정보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은행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즉 다른 은행을 이용할 시 별도로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거나, 타행 인증서 등록 등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여기에 보안성을 더욱 높이고 유효기간도 공인인증서(1년)보다 긴 3년으로 해 편의성까지 더했다.

부진

그럼에도 부진한 이유는 기존 공인인증서와의 차이를 체감할 만한 요소가 없는 탓으로 풀이된다. 즉 소비자가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뱅크사인으로 갈아타야 할 만한 유인이 부족한 것이다.

우선 공인인증서 못지않게 발급 과정이 복잡하다. 뱅크사인 어플리케이션(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후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통해 ‘약관 및 개인정보 처리 동의→휴대폰 본인 인증→은행에 개설된 계좌 및 비밀번호, 보안카드/OTP(일회용비밀번호) 인증→뱅크사인 개인식별번호(PIN번호) 및 지문․패턴 등록’의 과정을 거쳐야 발급된다.

장점으로 내세운 간소화된 인증방식 역시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뱅크사인은 6자리의 개인식별번호(PIN)를 기본 인증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10자리 이상의 비밀번호 지정, 영문/숫자/특수문자 조합 등 조건이 보다 까다로운 공인인증서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다. 더욱이 자체적으로 패턴이나 지문인식 기능도 지원한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 앱에서는 이미 지문․홍채 인식 등으로 패스워드를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또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이 모바일 뱅킹 앱 자체에서 곧바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뱅크사인은 ‘은행 로그인 시도→뱅크사인 앱 실행→인증→로그인 완료’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뱅크사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역시 제한적이다. 공인인증서는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 다른 금융거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도 신원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 이와 달리 뱅크사인은 오로지 은행 업무에만 이용처가 한정된다. 범용성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게다가 뱅크사인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로그인 및 조회나 이체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지만 대출 신청 등 여신 관련 업무에서는 뱅크사인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은행연합회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사용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세청 ‘홈택스’나 정부 전자민원포털 ‘민원24’ 등에서 뱅크사인을 인증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사인의 부진에는 개별 은행의 비협조도 한 몫 한다. 은행권 ‘공동’인증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활용 여부와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각 은행 재량으로 정하고 있는 것.

때문에 뱅크사인 모바일‧PC버전을 모두 지원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모바일에서만 서비스하는 등 중구난방이다. 실제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뱅크사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KDB산업은행은 시스템 개발을 이유로 도입을 미뤄오다 올해 5월에서야 서비스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력 모바일뱅킹 앱인 ‘KB스타뱅킹’에는 뱅크사인을 도입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KB스타뱅킹 미니’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뱅크사인의 흥행 부진이 은행들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시선에 거부감을 나타났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서비스가 제한돼 있다고는 하지만 주요 은행의 대다수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는 이미 뱅크사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비협조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속도와 범용성 등에서의 한계와 기존 전자인증수단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 약해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뱅크사인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을 개선해야 소비자가 몰리고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개선 없이 단순한 가입 이벤트 등으로 이용자를 확보해봤자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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