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유스(Youth)’ 찍고 ‘키즈(Kids)’ 넘본다…디지털 금융시대, 미래고객 확보 경쟁
[이지 돋보기] 은행권, ‘유스(Youth)’ 찍고 ‘키즈(Kids)’ 넘본다…디지털 금융시대, 미래고객 확보 경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7.1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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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디지털 금융시대를 선도할 미래 고객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방탄소년단(BTS)과 워너원, 블랙핑크 등 아이돌 스타를 앞 다퉈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유스(Youth)층을 공략했다.

올해 들어서는 ‘스머프’와 ‘아기상어(상어 가족)’ 등 영유아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캐릭터를 금융상품에 접목시킨 키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같은 전략은 금융 환경이 오프라인(점포)에서 온라인(가상거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금융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선점 경쟁에서 이탈할 경우, 시장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핑크퐁과 아기상어 통장’을 출시했다. 핑크퐁은 이른바 ‘핑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영유아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콘텐츠 브랜드다. 특히 대표 콘텐츠인 동요 ‘아기상어’는 유튜브(Youtube)에서 조회수 26억뷰를 기록하고 있으며, 17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오른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같은 인기 캐릭터를 입힌 통장을 기존 영유아 상품인 ▲우리아이행복통장 ▲우리아이행복적금 ▲우리아이행복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적용해 상품 가입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채널을 적극 활용해 저축에 대한 어린이의 호기심을 노래와 영상으로 풀어낸 경제 생활습관 콘텐츠 ‘저축송’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개구쟁이 스머프’ 캐릭터로 디자인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을 내놓은 바 있다. 13세 이하도 가입 가능하고 캐릭터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 어린이 고객을 적극적으로 겨냥했다.

신한은행은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와 제휴한 ‘키자니아 DREAM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가입자에게 키자니아 2인 가족 입장권 할인 쿠폰과, 키자니아 전용 화폐인 ‘키조’ 쿠폰을 제공한다. 또 이달 말까지 키자니아 무료이용권과 캐릭터 인형, 쿠션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실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마케팅 변화 대상은 영유아뿐만 아니다. 앞서 지난해부터 인기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등 1020세대 공략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아이돌 그룹 BTS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BTS는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우리나라 가수 중 최초로 1위를 차지하고,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출시한 통합앱 ‘쏠’의 광고모델로 남성 11인조 그룹 ‘워너원’을, 올해 들어서는 인기 배우인 박보검을 통해 디지털뱅 킹 시장을 선도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를 광고모델로 선정해 젊은 고객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미래 동력

은행권이 이처럼 가망 고객 연령대를 점점 낮추는 까닭은 향후 미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국내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사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젊은 층인 미래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반을 상실할 위험성이 높은 탓이다.

더욱이 1020세대의 경우, 현 금융 생태계에서도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 거래를 하려면 영업점을 찾아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으로 개편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나이 대에 비해 최신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들 세대는 ‘토스(TOSS)’나 ‘카카오페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해당 어플리케이션(앱)과 기업의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전에는 잠재고객 수준에 머물렀던 젊은 세대가 이제는 모바일 금융의 판도를 바꿀 있을 만큼 영향력이 생겼음을 보여준 것이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의 사례는 1020세대가 모바일 디지털 금융 판도를 이끌 수 있는 세대임을 확인시켜 줬다”며 “비록 금액 면에서는 다른 세대보다 적더라도 행동과 추진력에서 금융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유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확대된 것은 지난 4월부터 확대 시행된 아동수당 정책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첫 시행된 아동수당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만 5세 이하 아동들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됐다. 그러다 올해 1월 아동수당법이 개정되면서 4월부터는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만 6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 권리로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은행으로서는 고객이 많을수록 안정적인 수신고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아동수당 대상인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내세우면서 어린이 고객은 물론 부모 고객까지 유치하려는 복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마케팅이 정작 고객에게는 실속이 없는, 은행권의 경쟁 체제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유아‧유스 고객의 성장과 학업, 사회진출, 취업 등 생애주기에 맞춘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소홀한 채 자극적인 광고 등 단기간 관심을 끌만한 요소로 소비자를 끌어 모은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권이 광고모델을 활용한 단기 상품을 출시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면서 “정작 해당 세대 고객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 개발에는 소홀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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