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8일 기준금리를 1.50%로 전격 인하했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강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있었던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지난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1년8개월 만에 다시 인하로 선회했다. 금통위는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리나 바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내림으로써 한국과 미국(2.25~2.50%)의 금리차는 1.0%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시장의 예측을 깬 전격적인 조치였다. 당초 한은 안팎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로 다음달 30일을 유력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104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이달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에 더 큰 어려움이 예고되자, 금리인하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돼 한은의 금리인하 부담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의회에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달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우리 정부가 '폴리시믹스'(정책 조합)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앞당긴 이유로 거론된다.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을 맞춘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여러 가지 경제여건이 변화했다"며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오후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4월 제시된 성장률 전망치는 2.5%였다. 이미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줄줄이 내렸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