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시승기] ‘압도적 위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초대형 SUV의 반전 매력
[이지 시승기] ‘압도적 위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초대형 SUV의 반전 매력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7.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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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캐딜락
사진=캐딜락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미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매력에 흠뻑 젖었다.

에스컬레이드는 100m 밖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늠름한 풍채에 야수 같은 성깔을 겸비했다. 인류 최고의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미식축구 선수가 연상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에스컬레이드는 대통령의 경호차량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경호차 중 하나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당시 에스컬레이드와 똑같이 생긴 ‘캐딜락원’을 탔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위엄을 상징하는 미국산 초대형 럭셔리 SUV다. 기자가 직접 시승해보니 적어도 같은 체급에서는 독일 3사 모델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캐딜락
사진=캐딜락

기자와 조우한 모델은 에스컬레이드 최고급 모델인 플래티넘이다.

첫인상은 걸리버를 마주한 소인국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초대형 SUV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지막지한 위엄이 뿜어져 나온다.

동승자는 “압도적인 크기다. 내가 운전하면 골목길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한껏 움츠린다. 그리고 기자에게 “이번 시승은 진땀 좀 뺄 것 같다”고 주의를 줬다.

겉으로는 발끈했지만 속으로는 같은 생각. “그래.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나 좁은 주차장은 웬만하면 피하자”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실제로 에스컬레이드는 같은 체급에서도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에스컬레이드의 전장, 전폭, 전고는 5180㎜X2045㎜X1900㎜.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4980㎜X1975㎜X1750㎜, 쌍용차의 G4렉스턴이 4850㎜X1960㎜X1825㎜ 수준이다. 팰리세이드, G4렉스턴이 코끼리라면 에스컬레이드는 맘모스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크기만 한 건 아니다. 전면부는 CT6의 멋스러움을 확대해서 보는 듯 거대한 느낌을 준다. 특히 5발의 LED 헤드램프는 웅장함을 주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했다. 길게 뻗은 측면은 덩치 큰 리무진을 연상시킨다. 후면은 직선으로 내리꽂은 테일램프가 캐딜락의 정체성을 설명해 준다.

실내를 살펴보려는 찰나 숨겨져 있던 전동식 사이드스탭이 기자를 반긴다. 다소 높은 지상고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배려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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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

사진=캐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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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스탭을 밟고 에스컬레이드에 올라서면 운동장처럼 광활한 실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생소한 칼럼식 기어 변속기다. 쉽게 말해 와이퍼 레버 위치에 기어 변속기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 어디서 봤나 했더니 2000년대 초반 카렌스를 운전했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다. 벤츠 차량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손에 익지 않아 조작이 여의치 않고 와이퍼가 방향지시등과 같이 있다는 점은 어색했다. 비상등 역시 스티어링휠(운전대) 뒤쪽에 위치해 다소 불편하다.

대신 활용도를 높였다. 특히 센터 콘솔 쿨러는 압권이다. 콘솔의 표면 온도를 냉각해 3℃~4℃를 유지한다. 500㎖ 크기의 병 6개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제격이다.

2열은 각종 멀티 오락 기능을 담았다. 편안함은 옵션이다. 일단 카니발처럼 좌석이 2개여서 3열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다. 2열에는 중앙 디스플레이 패널과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디스플레이 패널이 추가돼 총 3개의 스크린이 있다. 특히 각 스크린마다 별도의 DVD 플레이 기능 및 USB, SD, RCA 포트를 통해 개인 미디어 기기와의 호환성을 극대화 했다.

2열 탑승객은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영화를 보고 3열에서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시청하면 된다. 다만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비좁으니 어린이가 앉으면 될 것 같다. 시력 보호를 위해서도 그게 좋다.

동승자는 “겉과 속이 일치한다”며 “이 정도면 차에서 생활해도 되겠다. 전세자금 빼서 이 차를 산 뒤 생활도 하고 타고 다니면 되겠다”고 실없는 농담을 했다.

아쉬운 점은 센터페시아의 AVN이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연상시키는 듯 화려함을 장착했고 터치형으로 깔끔하고 세련됐다는 점은 만족스러웠으나 내구성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카플레이 작동이 불안정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T맵이 수시로 경로에서 이탈하는 등 불쾌감을 줬다.

잠시 기분이 상했지만 넓은 트렁크가 달래준다. 대형 SUV의 트렁크를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는 법. 에스컬레이드의 트렁크를 열었을 때 확 크다는 인상은 없다. 하지만 3열을 접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티코 한 대쯤은 거뜬할 것 같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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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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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코스는 서울 서초구부터 경기도 청평 부근.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지나는 편도 약 70㎞ 구간이다. 기자가 가끔 깊은 고뇌에 잠길 때마다 찾던 정자가 목적지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좋은 운전대을 잡고 어색한 칼럼식 기어 변속기를 작동해 출발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잘 안 보인다. 속으로 “이거 뭐야. HUD가 있으면 뭐해. 보이질 안는데. 딱 걸렸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기자의 착각이었다. 운전자의 높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탑재돼 있다. 높이를 맞추고 다시 출발했다.

도심에서의 저속 주행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고속 주행이 모두 만족스럽다. 거구답게 묵직한 드라이빙 감성이 전해진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면서 필요할 때는 괴력의 힘을 발휘한다. 순발력은 부족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장사다.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 적용된 6.2리터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성능을 자랑해서다.

더욱이 육중한 체구가 노면의 충격을 모두 흡수하는지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0단 자동 변속기가 세밀하고 부드러운 변속감에 초점을 맞춘 영향이다. 실내 정숙성도 일품.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다.

코너링은 얼음판을 미끄러지듯이 부드럽다. 마치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이 아웃코스로 상대를 추월하는 듯한 노련한 움직임이다.

동승자는 “주행 때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내숭 떠는 아가씨 같다”고 칭찬했다. 아마도 조용한 실내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얘기한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검색창에서 에스컬레이드 가격을 확인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어시프트가 익숙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청평 부근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유턴하기 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면서 긴장을 했지만 결국 어설픈 기어변속으로 경적을 들어야만 했기 때문. 이 부분은 적응하면 되는 것이라 큰 문제는 아니긴 하다.

후방카메라형 룸미러는 편의성을 높여준다. 눈에 익숙하진 않지만 적응만 되면 조금 더 자세히 후방을 감시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여준다. 다만 “내가 왜 뒤차 운전자가 코털을 뽑는 모습까지 봐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봤다.

안전사양은 모두 갖춰졌다.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및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햅틱 시트 등이 포함된 드라이버 어웨어니스 패키지가 적용됐다.

특히 차체의 넓은 공간을 모두 커버해 차량 내부의 2차 충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된 에어백 등을 통해 각종 돌발 상황에서도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했다.

총평이다.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차답다. 크고, 힘과 최신기술이 돋보인다. 그리고 까면 깔수록 매력이 터져 나오는 양파 같은 녀석이다. 몇몇 불편사항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사진=캐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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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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