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닭 껍질’ 열풍에 너도나도 ‘미투’ 경쟁…“‘허니’도 ‘꼬꼬’도 그래서 울었다!”
[이지 돋보기] ‘닭 껍질’ 열풍에 너도나도 ‘미투’ 경쟁…“‘허니’도 ‘꼬꼬’도 그래서 울었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7.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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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유통업계가 또다시 베끼기 경쟁이다. 이른바 ‘미투’ 모드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케이에프씨(KFC)가 최근 선보인 ‘닭 껍질 튀김’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자 한 달여 만에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미투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허니버터칩(해태제과)’과 ‘꼬꼬면(팔도)’이 대표적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자 표절 제품이 쏟아졌다. 이에 소비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당연히 허니버터칩과 꼬꼬면의 매출은 고꾸라졌다.

미투 논란에 대해 업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선도 제품을 내놨던 기업들은 “무임승차”라는 비판이다. 반면 여타 기업들은 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 업체 등장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단호하다. 연구개발(R&D)은 외면하고, 인기에 편승하는 후진적인 마케팅 기법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FC는 지난 6월 19일 ‘닭 껍질 튀김’을 출시했다. 물량 문제로 한정 판매됐고, 반응은 뜨거웠다. KFC에 따르면 판매 개시일 오후 1시 기준 수원인계점의 매출은 전 주 같은 요일 대비 14배 늘었고, 연신내점은 12배 증가했다.

대박 행진이 계속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먼저 숟가락을 얹었다. 닭 껍질 튀김 열풍 17일 만에 관련 신제품을 선보인 것.

치킨매니아는 이달 6일 매콤한 맛을 강조한 ‘닭껍데기’를 출시했다. 이어 BBQ가 같은 달 8일 ‘BBQ 닭껍데기’가 포함된 사이트 메뉴 3종을 내놨다.

편의점도 가세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17일 ‘닭껍질후라이’를, CU는 26일 서울 강서지역 200여개 매장에서 우선으로 시범 운영된다. GS25는 ‘크리스피껍닭’을 선보일 예정이다.

(왼쪽)BBQ ‘BBQ 닭껍데기’, 치킨매니아 ‘닭껍데기’ 사진= 각 사

사느냐 죽느냐

미투에 대한 입장은 팽팽히 맞선다. 시장 확대 차원에서 미투를 통한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다는 것.

건면 선두주자 풀무원이 3월 12일 “이제 ‘오뚝이’가 함께 하실 차례입니다. 웰컴! ‘신나면’ 건면”이라는 버스 광고를 통해 미투 제품 등장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버터칩의 사례를 볼 때 시장 확대 보다 원조 죽이기에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허니버터칩(2014년 출시)은 짠맛이 주된 국내 감자 스낵시장에 단짠이라는 새로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메가 히트 브랜드로 떠올랐다.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온라인에서는 1만원 이상 고가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기는 40개가 넘는 유사 제품을 파생시켰고, 허니버터칩 가치는 분산됐다.

허니버터칩뿐만 아니다. 2011년 국내라면 시장에 하얀국물 붐을 일으킨 ‘꼬꼬면’도 유사 제품의 등장으로 막을 내린 제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투는 ‘무임승차’”라며 “연구개발 등의 노력 없이 트렌드라는 이유로 다방면으로 노력한 선점 기업의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투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원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은 6월 초부터 메뉴 개발과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타 업체보다 시점이 다소 늦긴 했지만,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출시가 가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면서 “식품 트렌드가 급변하는 만큼 다양한 유사 제품이 시장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고 피력했다.

학계 등 전문가집단은 미투가 교묘한 마케팅 전략으로, 유통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철 유한대학교 경영학과(유통물류) 교수는 “미투는 양날의 검”이라며 “시장 확대라는 근본적인 장점도 있지만 결국은 리스크를 감내한 선점 기업의 뒤를 잇는 후진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정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전략은 소비자 욕구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 그만큼 기업의 의지가 저하되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라며 “나아가 유통 질서를 교란하고 기업의 공생을 침범해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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