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No 재팬(Japan)!’ 은행까지 확산?…금융권 “억지스럽다” 한 목소리
[이지 돋보기] ‘No 재팬(Japan)!’ 은행까지 확산?…금융권 “억지스럽다” 한 목소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8.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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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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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일본 아베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가 촉발한 반일정서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등의 영향으로 확산 일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은행권까지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은행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본기업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자본으로 설립됐다. 이에 일본기업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것.

반론이 거세다. 직접 당사자인 신한은행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종사자들 역시 억지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육아‧취미 등)를 중심으로 ‘일본 불매운동 일본기업 명단’에 신한은행이 이름이 올랐다.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은 공통적으로 ‘간친회(재일교포 주주 모임)’, ‘일본 자본’, ‘사실상 대주주’ 등을 거론했다.

네티즌들의 주장만 놓고 보면 일본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설립 배경을 설명하는 것에 소홀했다. 신한은행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역사적으로 조국의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말이다. 또 재일교포는 우리나라의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엄연히 말해 이들이 출자했던 자금과 보유 지분을 일본 자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유사한 사례인 롯데그룹이 다수의 소비자들로부터 불매기업에 오른 것을 보면 마냥 남의 일처럼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일 한국인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운 롯데그룹은 한일 양국에서 활동(한국 롯데․일본 롯데)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한국 롯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일본 롯데 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국적 논란까지 지속되면서,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못 박히면서 불매 대상으로까지 전락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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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물론 롯데그룹과 신한의 재일교포 주주들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

신한은행은 (구)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통합은행이다. (구)신한은행은 1982년 창업주인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재일교포 340명이 자본금 250억원을 모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은행으로 만들어졌다.

재일교포들이 신한은행 설립자금을 쾌척한 것은 조국의 발전과 재일교포 사업가들의 금융 융자 등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당시 출자금은 일본 입장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번 ‘블랙머니’가 많았다. 이에 설립 멤버들은 일본 세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찰로 바꿔 가방에 싸들고 와 출자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더욱이 은행 설립 이후에도 이희건 명예회장 주도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100억엔의 성금을,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일본에서 국내 송금 운동을 벌여 조국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 공로로 무궁화훈장을 받았다. 신한은행으로서는 일본계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기에는 억울한 역사인 것이다.

익명을 원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설립에 참여했던 1세대 교포(주주)들은 모두 우리나라 국적을 가졌던 분들로, 이들이 가져온 출자금을 일본 자본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후 2~3세대인 현재 교포(주주)들 가운데서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굳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공공기관이나 기업, 은행에서 출자 받은 것은 없다. 그 만큼 일본 자금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깊이 있는 분석 없이 기업을 함부로 불매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반일감정과 불매운동 기류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불매기업으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며 “소비자들이 신중하고 자세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하고 불매운동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한은행 일본 주주 구성 살펴보니

신한은행 설립 당시 멤버들은 초대 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상속과 증여 등을 통해 지금까지 지분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는 5000여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들은 원로 주주로 구성된 ‘간친회’라는 대표 모임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지분을 합치면 17% 가량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7월말 기준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9.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며 6.13%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이 4.67%를 가지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간친회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낸다면 사실상 최대주주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사외이사직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11명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나 일본계 한국인의 몫으로 선임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 코리아 대표이사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 ▲김화남 일본 김해상사 대표이사 ▲최경록 일본 CYS 대표이사 등이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히라카와 유키, 김화남)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최경록, 박안순)의 위원을 맡고 있어, 임원진 선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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