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문정부, 재건축 연한 강화 추진…“집값 잡으려다, 사람 잡겠네!” 볼멘소리↑
[이지 돋보기] 문정부, 재건축 연한 강화 추진…“집값 잡으려다, 사람 잡겠네!” 볼멘소리↑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8.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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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강남과 서초구 등 서울의 집값 상승 불씨를 완전히 꺼 버리겠다는 의도다. 재건축 아파트가 최근 강남발 시세 상승, 더 나아가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주된 원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집값을 억누르겠다는 의지가 자칫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단 거주 형태의 아파트 특성을 감안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기존 30년에서 35~4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줄인 연한을 되돌리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재건축 아파트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또 2017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의 고강도 규제로 묶은 바 있다. 하지만 집값 불안이 이어지자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낸 든 셈이다. 이른바 재건축 규제 3종세트의 완성이다.

규제 카드가 잇따르는 것은 최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등 서울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04% 올랐다. 전주(0.09%)보다 상승폭은 꺾였지만 4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다. 재건축 아파트와 함께 일반 아파트 가격 역시 꾸준히 뛰어오르고 있다.

정부가 12일 일반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가운데 예상대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연한이 강화되면 무분별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확실한 시그널이 된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붕괴, 누전, 침수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파트 콘크리트의 경우 100년 정도 수명을 유지할 정도로 품질과 강도가 높지만 배선이나 배관 수명은 30년~40년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이 설비가 낡고 손상되면 거주자들은 불편함과 동시에 생명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배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하게 되고 이로 인한 누전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체 주기가 짧은 게 아니다 보니 수시로 확인하지 않아 오래된 아파트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고 교체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침수 사고에도 쉽게 노출된다. 실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침수 피해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들이 생존권을 크게 위협받았다.

은마아파트는 최근 건물과 달리 하수관 용량이 작고 자체 배수펌프시설 등이 부족하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침수 사고 당시 정부가 추진 중이 재건축 연한 40년에 못 미치는 32년이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2010년 무렵 배관 등 설비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지진 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잠실주공5단지는 준공 후 32년이 흘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현실

노후 아파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피난 및 화재 관련 안전시설 등이 미흡하다. 언제든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두 번이나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아픈 경험이 있다”며 “도시정비사업인 재개발과 재건축은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노후 정도는 시간보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불편함과 위험을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더욱 빈번하게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통계청의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20년 이상~30년 미만의 주택은 28.8%, 30년 이상 주택은 14.9%에 이른다. 몇 년 만 지나면 30년 이상 노후주택이 절반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임기 기간 내 집값 잡기에 총력을 다 할 것이며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면서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은 삶의 질이 아닌 물리적인 부분 즉, 붕괴 등의 위험이 아니면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면 아무래도 부분 붕괴, 침수 등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안전 문제에 직결된 주민들이 걱정된다”며 “집값 잡다가 사람 먼저 잡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재건축 아파트를 규제할수록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재건축이 기대되는 40년 이상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투기수요가 몰린다. 또한 새 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 신축급 아파트의 수요도 증가해 가격이 뛸 수 있다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숫자놀이가 아닌 이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현실에 맞는 대응이 따라야만 안전사고를 예방 할 수 있고, 또 적절한 공급 등을 통해 부동산 거품까지 잡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장 교수는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보다 재건축의 규제를 세심하게 다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를 통해 얻는 이득을 공적으로 돌리는 방안 등 재건축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신호를 주면 투기 세력을 잡을 가능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규제도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맡겨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면서 “추가 규제는 그 때 가서 다시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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