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갈 곳 잃은 뭉칫돈, ‘요구불예금’ 쏠림 현상…은행권, 자금조달 효과 ‘함박웃음’
[이지 돋보기] 갈 곳 잃은 뭉칫돈, ‘요구불예금’ 쏠림 현상…은행권, 자금조달 효과 ‘함박웃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8.19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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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경기불황 영향으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조건 없이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이다. 다만 이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값싼 비용으로 조달한 저원가성 자금을 토대로 수십 배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N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요구불 예금 잔액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74조4661억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62조7573억원) 대비 7.2%(11조7088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예금상품은 크게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입금 및 출금을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직장인 급여통장과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이 있다.

저축성예금은 일정기간 동안 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예치하는 예금으로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등이 이에 속한다.

요구불예금 증가세는 국내 통화정책이 올해 들어 다시 저금리 기조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와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먹구름이 드리웠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0%대에 머무는 등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됐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더욱이 국내 증시 불안까지 겹치자 투자나 저축성예금으로 큰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진 자금이 자유롭게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2016년 1분기 141조3929억원에서 ▲2017년 1분기 154조2791억원으로 9.1%(12조8862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지난해 1분기에는 162조7573억원으로 5.5%(8조4782억원) 늘어나는데 그치며 증가폭이 둔화됐다.

반면 저축성예금은 2016년 1분기 849억7292억원에서 ▲2017년 1분기 891조1450억원으로 4.9%(41조4158억원) 증가에 그쳤다가, ▲지난해 1분기 960조3642억원으로 7.8%(69조2192억원)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1031조6265억원을 기록하며 증가폭(7.4%)이 소폭 하락했다.

금리 인상 시에는 저축성예금이 더 많이 늘어나는 반면 금리가 내리면 요구불예금의 증가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0.1%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에 금리가 최저 수준인 연 0.1%대로 책정된다.

이에 요구불예금은 통상적으로 ‘잠자는 돈’으로 취급된다. 예금주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돈을 잠시 맡겨두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6회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주체들이 돈을 잘 쓰지 않아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회전율은 지난해 말 20.4회에서 올해 1월 20.7회로 늘었으나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하락 추세다. 금리 인하를 코앞에 둔 올 6월에는 17.3회까지 떨어졌다. 돈을 인출해도 쓸 곳을 찾지 못하다보니 그냥 은행에 묵혀두는 비중이 높은 것.

반면 은행권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이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저렴한 만큼,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연 0.1% 금리로 조달한 요구불예금 자금을 단기성 대부인 콜론(call loan) 등에 활용한다면 수십 배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지난 14일 기준 콜론의 기준금리인 콜금리는 연 1.52%다. 이론상으로는 15배에 달하는 예대마진을 낼 수 있다.

때문에 요구불예금 잔액의 증가는 은행권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은 요구불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고 제약도 많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저원가성 자금이라 이를 활용해 대출이나 투자상품 등에 운용한다면 마진폭이 커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초단기자금이라서 장기적으로 운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또 지급준비금을 확보해놔야 하는 비율도 저축성예금보다 커 폭리를 취한다고 할 만큼 활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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