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Think Money] 우리나라 소재산업이 취약한 원인과 대책에 관한 일견
[이지 Think Money] 우리나라 소재산업이 취약한 원인과 대책에 관한 일견
  • 이지뉴스
  • 승인 2019.08.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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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오 코리아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

[이지경제] = 무역보복 조치를 예고한 일본이 마침내 반도체 제조에 핵심적인 소재들을 포함한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전략물자 허가신청 면제가 가능한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맞서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반도체뿐만 아니라 국내 소재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나 제조업의 성숙도에 비해 소재산업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공장을 짓거나 제품을 만들 때 작은 부품이나 소재가 하나만 없어도 큰 공장 전체가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재 산업이 가진 힘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소재산업이 왜 취약한가에 대한 원인과 대책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소재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통해 대응 방안을 도출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 소재산업이 제조업의 성숙도에 비해 뒤처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재 산업은 오랜 시간의 개발 기간과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렵사리 소재산업 개발에 나섰다가 중도에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이유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의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을 감당할 만한 대기업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소재 개발은 매우 어렵다.

둘째, 시장과 수요가 한정된 기초 소재가 경우가 많다.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이지만 그 사용처가 제한적이거나 사용처는 많아도 시장 규모가 한정적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개발을 완료해도 시장 진입이 어렵거나, 시장에 진입해도 매출이 크지 않아 개발비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어렵게 개발을 했는데 (대)기업에서 납품을 받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 개발되어도 기존의 소재 납품업체를 바꾸지 않는 속성으로 인하여 신제품의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셋째, 정부의 정책부재이다. 소재산업은 정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 소재산업은 산업의 가장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책적 지원에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였다. 때문에 지원금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정부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산업 위주의 정책 추진을 탈피하고, 산업의 기초를 형성하는 소재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지원 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

넷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현상으로 인하여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거나, 환경 영향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도에 생산을 포기한 소재들도 발생한다. 소재 제품은 기능강화를 위해 화학적인 처리 과정을 거치거나 그 자체가 독성을 지닌 화학제품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기초소재들이 들어서는 공장 주변 지역민들의 반대나, 정부의 규제를 넘지 못하여 포기하는 소재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에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이 된 ‘불산’의 경우도 맹독성 화학제품 중 하나이다. 물론 무조건 공장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안전한 공장 설립을 약속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섯째, 기술력 있는 소재도 중국 등 신흥국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우리나라가 꽤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가지고 있던 인조사파이어 분야에서 마지막 명맥을 유지하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코스닥 상장사였던 ‘(주)사파이어테크놀러지’는 STC, 화텍파워, 파인넷스 등 지난 1년 사이에 3번이나 사명을 바꾸면서 회생을 모색했으나, 결국 상장폐지 되고 급기야 최근에는 법정 관리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중국 기업에 밀려 시장 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인조사파이어(잉곳)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고급 소재로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산업은 매우 불안한 기초 위에 지어진 화려한 누각인 것이 드러났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가진 것은 틀림없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의 상당한 장비들이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장비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반도체 생산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극단적인 사태가 바로 최근에 중국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반도체 굴기를 꿈꾸던 중국이 선전(深圳)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계획했으나 공장 설립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 관련 장비에 대해 對중국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여 모든 소재를 국산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나 중화학 분야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과 관련한 기초 소재 분야는 이번처럼 극단적이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부품 하나가 없어서 완제품을 만들 수 없는 사태가 비단 반도체에 국한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소재산업과 중간재산업, 완제품 산업에 있어서 국제적인 분업을 잘 유지해왔으나 최근의 국제 사회는 트럼프의 미국을 시작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제적 분업 체계가 영원하지도 않고, 영원히 믿을 우방도 없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중장기적인 소재산업 육성 정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빨리 싸움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없는 상태에서 싸움만 끝내는 것 또한 능사가 아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되돌아갈 수는 있지만, 이러한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 간의 정보 교류와 상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의 적에 대항 할 때는 내부의 결속이 우선이다.

Who is?

백승오

코리아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現)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

KBS인터넷(現KBS미디어) 콘텐츠사업팀 파트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취재기자

한국금융신문사 취재기자

케이피씨씨 정책연구소 객원연구위원(現)


이지뉴스 ezy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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