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10대 건설사, '호반 In·SK OUT‘…뒤바뀐 순위표에 “시평 기준 모호” 설왕설래
[이지 돋보기] 10대 건설사, '호반 In·SK OUT‘…뒤바뀐 순위표에 “시평 기준 모호” 설왕설래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8.2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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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호반건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호반건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의 대표적 평가 지표인 시공능력평가 기준이 때 아닌 반쪽 논란에 휩싸였다.

호반건설이 창사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SK건설은 지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른바 10대 건설사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기준 논란이 불거졌다. 순위권 밖에 포진한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실적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투명성과 신뢰도가 확보돼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9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르면 삼성물산(17조5152억원)이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건설(11조7372억원), 대림산업(11조42억원), GS건설(10조4052억원), 대우건설(9조931억원)이 2~5위에 올랐다. 이어 포스코건설(7조7792억원), 현대엔지니어링(7조3563억원), 롯데건설(6조644억원), HDC현대산업개발(5조2370억원), 호반건설(4조4208억원)이 10위 안에 자리했다.

순위권 밖으로는 10대 건설사 타이틀을 2006년부터 13년간 유지했던 SK건설(4조2587억원)이 11위, 한화건설(3조5018억원)은 12위에 자리했다. 이밖에 태영건설 14위, 부영주택 15위, 두산건설 23위, 쌍용건설 32위, 우미건설 35위 등이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근 3년간 ▲건설공사 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발주자는 이를 기준으로 입찰제한을 할 수 있고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도급하한제 등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대규모 공사 수주와 컨소시엄 구성 등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시공능력평가기준을 바탕으로 한 10대 건설사 타이틀은 건설 명가의 또 다른 의미이지 자존심으로 받아들여진다.

호반과 SK건설의 자리바꿈이후 시공능력평가 기준이 때 아닌 반쪽 논란에 휩싸인 것도 어찌 보면 자존심 싸움이 촉발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계열사 호반을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렸고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실적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한 경영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SK건설을 밀어내고 10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익명을 원한 호반건설 관계자는 “우수한 재무구조, 아파트 준공 물량 증가, 합병을 통해 회사를 키운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 진입하면 대규모 공사 수주나 컨소시엄 구성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건설은 14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SK건설은 2006년 9위에 오르며 10대 건설사에 진입한 이후 2013년에 8위로 순위가 상승했고 3년 연속 자리를 지켰다. 이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9위, 10위, 9위로 TOP10을 유지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성장과 함께 2단계 미끄러진 11위로 내려앉았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건설사의 자존심이다”면서 “대형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자체가 수주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성은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저평가

SK건설의 순위 뒷걸음질에는 표면적으로 경영평가액이 큰 영향을 미쳤다. SK건설은 공사실적평가액 8위, 기술능력평가액과 신인도평가액에서 각각 9위를 차지했지만 경영평가액에서 지난해보다 13.9% 감소한 6988억원을 기록해 호반건설(3조959억원)에 크게 뒤졌다. 호반건설은 경영평가액에서 6위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 평가 기준 영향 탓도 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건설업자의 상대적인 공사수행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해낸 지표로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에 시평 집계를 위탁·운영한다.

다만 여기에 해외건설협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건설업에 한정됐기 때문에 실제 건설사 능력보다 저평가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SK건설과 한화건설 등을 꼽을 수 있다. 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영향력을 보인 쌍용건설도 마찬가지다.

SK건설은 플랜트와 인프라 중심의 해외 건설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SK건설은 최근 롱손 페트로케미컬(LSP) 콤플렉스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 만도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활발한 해외 공사실적을 나타냈다.

당초 10위권 진입이 기대됐지만 12위에 그친 한화건설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화건설은 최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순항하는 등 해외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실제 SK건설과 한화건설은 ENR(Engineering News-Record)’s 2018 Top 250 International Contractors 순위에서 각각 57위, 112위에 오르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에는 SK건설이 35위, 한화건설이 80위였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SK건설과 한화건설의 매출액은 호반건설을 크게 웃돈다. SK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7조5000억원을 달성했고 한화건설은 3조78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 사업이 없는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익명을 원한 SK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플랜트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분야가 시평에 잡히지 않아 저평가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중동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건설실적이 시평액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발주처도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참고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측면이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와 해외 사업의 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따로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국내 발주자에게 제공되는 자료지만 해외 건설실적이 제외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반면 해외 건설실적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포함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신뢰도와 형평성 등의 이유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외 건설의 경우 실적이 국내만큼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어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넣기에는 무리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국내를 위한 자료이기 때문에 기준도 모호하다”며 “또한 해외 건설을 하는 건설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도 어긋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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