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해외 수주 급감 이유 봤더니…저가 수주 No! 품질 앞세운 수익 극대화 초점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해외 수주 급감 이유 봤더니…저가 수주 No! 품질 앞세운 수익 극대화 초점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9.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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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반토막 났다. 위기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무덤덤하다.

저가수주 후폭풍에 시달린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전통의 텃밭 중동과 유럽시장 등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저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업체들 역시 성과주의에 얽매여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계속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건설업계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기술과 품질을 앞세운 고수익 사업 모델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온다. 해외 수주 반토막을 위기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일 해외건설종합서비스의 8월말 현재 해외 수주 현황에 따르면 13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수준에 그쳤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10년 같은 기간 507억 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해외 건설 총괄 계약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2011년 591억 달러 ▲2012년 649억 달러 ▲2013년 652억 달러 ▲2014년 660억 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2015년 461억 달러로 주춤했고 ▲2016년 282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어 ▲2017년 290억 달러 ▲지난해 321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올해 역시 현재 137억 달러에 머물러 300억 달러 이상의 수주액을 기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맞물려 해외 수주의 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터키 등 후발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해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건설업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전체적인 수주액은 줄어들었어도 확실한 수익성 프로젝트를 따냄으로써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게 자신감의 배경이다.

이는 과거 저가 수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따른 학습효과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0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치열한 수주 쟁탈전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도 웃지 못한 싸움이었고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왔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시 플랜트 등 해외 수주를 통해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이후 저가 수주 후폭풍,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와 주가까지 급락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0년 이명박 정권 때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저가 경쟁을 펼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최근 전반적인 해외 수주량은 그때보다 줄었지만 건설사들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수익성 좋은 프로젝트 위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SK건설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사업 조감도. 사진=SK건설

변화

건설업계는 최근 저가 수주를 최대한 지양하고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건설과 SK건설 등이다.

현대건설은 올 7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발주한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 앞서 5월에는 이라크에서 초대형 해수공급시설 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계약금은 2조9249억원으로 2014년 이후 이라크에서 최대 규모의 공사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해당 사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아닌 우수한 기술력과 성공적인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SK건설은 6월 해외기업 4곳과 함께 런던교통공사가 발주한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 사업비는 1조5000억원 규모다. 더욱이 영국에 이어 벨기에에서도 약 170억원 규모의 PDH 플랜트 기본설계(FEED) 수주에 성공했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SK건설 관계자는 “최근 해외사업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영국, 벨기에 등 유럽 본토에서 수주를 따내 자부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저가 수주 지양 전략은 주요 건설사의 수주 잔고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주요 건설사의 2019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건설(5조4131억원), 대우건설(4조7318억원), GS건설(3조7915억원), 롯데건설(1조289억원), 대림산업(1조1939억원), 포스코건설(3조1967억원) 등은 수주 잔고가 가벼워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14조3089억원)과 현대건설(9조3474억원) 정도만 곳간이 넉넉한 편이다.

대형 프로젝트가 줄어든 가운데 저가 수주까지 피한 영향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수익성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잠시 주춤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내실을 다지면서 추후 해외 일감 확보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바라볼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는 부재하지만 해외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 해외에서 수주 회복이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전체 해외 일감이 부족해져 건설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발주물량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며 “수익성 좋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하는 것도 좋지만 일감 부족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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