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한국 남성, 퇴직 이후 ‘더 불행’…10명중 3명, ”은퇴 후 행복지수↓“
[100세 시대] 한국 남성, 퇴직 이후 ‘더 불행’…10명중 3명, ”은퇴 후 행복지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9.09.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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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김주경 기자 =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가 은퇴 이후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에 따른 상실감이 커지면서 퇴직 후 가정에 적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됐다.

9일 라이나전성기재단은 김난도 교수가 총괄하는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의뢰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 전성기 리서치-퇴직한 다음 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퇴직 후 5년 이내의 만 45세부터 70세의 대한민국 남‧녀 총 7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퇴직 이후 남·녀 성별 행복지수 비교.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퇴직 이후 남·녀 성별 행복지수 비교.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자의 행복지수는 남‧녀 모두 퇴직 직후 급격히 하락했다가 적응기를 거치며 서서히 증가하는 등 V자 곡선을 이뤘다.

현재 퇴직 이후 행복지수를 묻는 질문에는 여성(66.7점)의 행복지수가 남성(64.7점)보다 높았다.

앞으로의 행복 전망에 대해서도 남성(30.4%)이 여성(21.1%) 보다 행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55세 미만(21.6%)이 55세 이상(13.2%)보다 앞으로의 행복을 긍정적(21.6%)으로 내다봤다.

‘퇴직을 실감하는 순간’ 설문 조사.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퇴직을 실감하는 순간’ 설문 조사.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상실감

남성 퇴직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334명) 상실감이 크다고 답변했다.

이어 “평일인지 휴일인지 헷갈릴 때”(276명), “밥값을 선뜻 내겠다는 말이 안 나올 때”(262명), “나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223명), “재직 중에 알던 지인에게 연락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217명),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밀 명함이 없을 때”(154명)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일하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이 계속된다는 걸 느꼈을 때” “평일에 산에 갈 때”라는 답변도 있었다.

퇴직 후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39%)가 가장 많았고,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26%), ‘그간 쌓아오신 식견을 언젠가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16%) 등이 뒤를 이었다.

퇴직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55세 미만은 ‘전직’, 55세 이상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그만 둔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퇴직자 10명 중 8명은 ‘가족과 퇴직을 의논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퇴직 후 생활 변화에 대해서 남성은 ‘자발적 가사 참여’, ‘가족 구성원 눈치 보기’, ‘모임 나가는 것이 부담’ ‘명함이 없어서 아쉽다’ ‘배우자가 나를 귀찮아함’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새로운 헤어스타일 도전’, ‘배우자에게 잔소리 증가’ 등의 답변율이 높았다.

퇴직 이후 나타난 생활변화. 그래픽=라이나전성기 재단
퇴직 이후 나타난 생활변화. 그래픽=라이나전성기 재단

창업

퇴직 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휴식 및 재충전’(37%), ‘일을 알아보는 것’(35%)이 1순위로 집계됐다.

2순위 응답에서는 ‘취미나 활동을 알아보는 것’(36%)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퇴직 후 도움이 된 모임으로 남성은 ‘동창 모임’, 여성은 ‘교육기관 모임’을 꼽았다. 다만 45∼54세 그룹에서 도움이 되는 모임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퇴직 이후 재취업 여부.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퇴직 이후 재취업 여부.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한 사람은 53%, 준비 중인 사람은 34%로 나타났다.

재취업을 원하는 비율은 성별로는 남성(50.0%)이 여성(44.1%)보다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55세 미만(57.2%)이 55세 이상(39.6%)보다 많았다.

55세 미만(71.9%)은 이전의 경력과 유사한 일을 선택했고, 55세 이상(17.3%)은 몸을 움직이는 일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퇴직’과 ‘은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제2라운드 삶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퇴직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따라 5가지 ‘퇴직자 라이프스타일’로 분류된다고 해석했다.

재취업 후 직무 종사현황. 사진=라이나전성기재단
재취업 후 직무 종사현황.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일을 지향하는 ‘워커홀릭형’, △취미를 선호하는 ‘꽃보다 집형’ △배움을 지향하는 ‘재(再)학생형’ △사교를 원하는 ‘핵인싸형’, △전원 생활은 선호하는 ‘청산별곡형’ 등이다.

이 가운데 워커홀릭형(30.1%)이 가장 많았고 꽃보다집형(22.4%), 재학생형(20.5%), 핵인싸형(17.1%), 청산별곡형(9.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워커홀릭형은 경제적 준비와 정서적으로 은퇴를 준비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청산별곡형은 은퇴 준비 상태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산별곡형은 가족들이 자신의 퇴직을 잘 모른다는 응답(26%)도 가장 많아 퇴직 이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컸다.

재학생형은 객관적으로 자산‧소득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데도 스스로 경제적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제적 준비 정도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상대적임을 보여준다.

성별로는 핵인싸형‧재학생형은 ‘남성’ 비율이 더 높았고 꽃보다집형은 ‘여성’ 비율이 더 많았다.

유형별 자산 현황은 핵인싸형이 평균 3억10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금융자산은 재학생형이 평균 8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편 사교나 관계를 선호하는 핵인싸형은 퇴직 후 월 소득과 월 지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전·후 소득비교.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퇴직 전·후 소득비교. 그래픽=라이나전성기재단

이번 조사 대상 퇴직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15.3년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자산은 평균 2억∼3억원대, 금융자산은 평균 6000만∼8000만원대였다. 퇴직 후 월 소득은 188만원, 월 지출은 65만원 감소했다.

김난도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는 여전히 퇴직한 후의 삶에 적응을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은퇴를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퇴직자 대부분 퇴직과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닌 제2의 출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강조했다.


김주경 기자 ksy055@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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