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한입에 먹거나 하루 종일 먹거나” 식·음료업계, 소비자 ‘심리·입맛’ 저격한 사이즈 전쟁 돌입
[이지 돋보기] “한입에 먹거나 하루 종일 먹거나” 식·음료업계, 소비자 ‘심리·입맛’ 저격한 사이즈 전쟁 돌입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9.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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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중간은 식상하다. 작거나 커야 뜬다.

식·음료업계에 사이즈 전쟁이 발발했다. 한입 크기,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소용량부터 온종일 즐길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작은 사치로 확산된 디저트 문화. 칼로리 등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트렌드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다. 1인 가구의 미니멀 라이프스타일도 한몫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세분화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29일 ‘미니 바나나킥’을 출시했다. 장수제품 ‘바나나킥’의 미니 버전이다. 기존 제품의 1/5 크기. 중량도 50g(기존 140g)이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익명을 원한 농심 관계자는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친 가성비 추구 문화를 주목했다”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성장 추이를 지켜보며 다양한 미니 패키지를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미니 스낵 열풍의 주역이다. 지난해 4월 기존 초코파이보다 무게를 43% 줄인 ‘생크림파이’를 출시했다. 앙증맞은 크기와 유통기한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생크림을 주재료로 선택했다.

결과는 대박이다. 출시 후 1년(4월) 동안 무려 7200만개가 팔려나갔다. 이후 ‘생크림파이 쇼콜라&카라멜’, ‘생크림파이 무화과&베리’ 등의 파생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수영 오리온 홍보팀 차장은 “생크림파이는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생크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부단한 노력 끝에 탄생한 제품”이라며 “미니멀한 사이즈와 더불어 특유의 프리미엄 식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해태제과는 올 3월 기존 오예스를 절반 크기로 줄인 ‘오예스 미니’를 선보였다. 출시 후 두 달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렸다. 7월까지 누적 판매액은 40억원, 성장률은 30%에 달한다. 인기에 고무돼 후속작 ‘오예스 미니 녹차&팥’을 출시(7월 3일)했다.

롯데제과 역시 ‘몽쉘통통’을 절반 사이즈로 줄인 ‘쁘띠 몽쉘’을 출시(1월)해 4개월 만에 3000만개 판매고를 달성했다.

소성수 해태제과 홍보팀장은 “미니 케이크 시장이 고급 트렌드와 맞물리며 프리미엄 홈 디저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라면서 “간편한 한입 크기의 미니 제품에 색다른 재료를 더한 후속 제품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서식품(왼쪽부터) ‘맥심 티오피 심플리스무스 로스티’, 파스퇴르 ‘데스크탑 카페’,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 스위트블랙’ 사진=각 사

대용량

음료업계는 크기를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닐슨에 따르면 국내 RTD 커피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조3000억원이다. 그중 300㎖ 이상의 대용량 RTD 커피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가용비(가용대비 용량) 영향이다.

이에 동서식품은 4월 기존 제품 대비 용량을 50% 늘린 ‘맥심 티오피 심플리스무스 로스티(360㎖)’ 2종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맥심 티오피 심플리스무스 로스티는 중대규격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커피음료 음용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된 대용량 페트형 제품이다. 콜롬비아·과테말라·케냐산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뒤 미디엄 로스팅해 부드러운 풍미가 특징이다.

동서식품은 또 ▲더블랙 ▲스위트아메리카노 ▲마스터라떼 ▲콜드브루(아메리카노&스위트 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맛의 ‘맥심 티오피 캔커피’를 200㎖, 275㎖, 380㎖ 등의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파스퇴르는 지난달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오피스 직장인을 위한 500㎖ 대용량 커피 ‘데스크탑 카페’ 2종(에스프레소, 흑당라떼)을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7월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 스위트블랙(500㎖)’을 선보였다.

익명을 원한 동서식품 관계자는 “둔화된 커피 시장에서 원재료의 변화보다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용량의 변화로 차별성을 뒀다”며 “또 최근 음용 시장에 확산하고 있는 가용비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제품에서 부족함을 느꼈던 소비자, 커피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하루의 양을 정한 소비자 등 다양한 입맛을 공략하며 대용량 커피 RTD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 그랜드’도 빼놓을 순 없다. 2015년 선보인 야쿠르트 그랜드는 출시 당시 GS25에서 주류를 뺀 모든 음료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메가 제품이다. 올해도 누적 판매 830만개를 넘어섰다.

9월에는 오리지널, 라이트에 이어 상큼하고 달콤한 맛의 ‘그랜드 청포도’가 출시되며 라인업이 확대됐다.

김기현 한국야쿠르트 직판영업부문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제품 차별화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며 “다양한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맛과 즐거움을 선사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제품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상철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마케팅 전공 교수는 “제품 사이즈의 변화는 단순한 용량 변화가 아닌 소비자의 입맛은 물론 소비자의 심리까지 포섭한 마케팅”이라며 “재고 부담이 없는 선에서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 구성원(1~2인 가구)의 소비 심리를 꿰뚫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비자의 입맛은 더욱 세분화 될 것”이라며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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