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마른 수건 쥐어 짤 판국에 ‘채용문’ 활짝…정부 ‘일자리 성적표’ 눈치보기?
[이지 돋보기] 은행권, 마른 수건 쥐어 짤 판국에 ‘채용문’ 활짝…정부 ‘일자리 성적표’ 눈치보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9.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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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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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마른 수건을 쥐어 짜내듯 비용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3000명이 넘는 인원을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타 업권이 경기불황 여파로 채용규모를 10% 가량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비대면거래 활성화 영향으로 인력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본격적인 채용 절차에 돌입했다. NH농협은행이 아직 인원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400명)의 선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채용인원은 3500여명으로 지난해(3565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이 올해 550명을 뽑는다. 신입행원 410명 공채와 정보통신(ICT), 디지털, 자산관리 등에서 경력직 140명을 수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615명)보다 65명 줄어든 규모다. 다만 대부분 경력직 축소다. 경력직의 경우 전년(200명) 대비 60명 감소했다. 신입직(420명)은 다섯 자리만 줄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500명)보다 100명 적은 400명의 채용을 확정했다. 하반기 정규직 공개채용을 통해 200명, 본부 전문직 수시 채용으로 200명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아들 은행과 달리 신한과 우리은행 등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900명을 채용했던 신한은행은 올해 1010명을 선발한다. 올 상반기 630명을 채용했다. 하반기에 380명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가운데 최대 채용규모며 증가폭도 가장 크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300명을 뽑았고, 하반기에 450명을 추가 선발해 올해 총 7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아직 채용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전년(800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초 실시했던 상반기 공채에서 360명을 선발했다. 이는 전년 동기(350명) 대비 소폭 늘어난 규모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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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

은행권의 이같은 채용 계획은 타 업권과 대조적이다. 다수의 기업이 채용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상장사 699곳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은 66.8%였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채용 계획과 채용 규모 모두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91.1%가 채용의사를 보인 반면 올해는 79.2%로 1년 새 11.9%포인트 하락했다. 더욱이 4만4684명의 채용을 예고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올해는 약 4% 줄어든 4만2836명에 불과했다.

은행권이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에는 일자리 창출 역할을 기대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권 채용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과 지난해 들어 매년 수 천 명 가까이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그동안의 고용창출 성적표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은행권 창출효과 측정 계획’을 수립해 발표한 이유에서다. 이 계획은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은행의 직접 고용(정규직+비정규직)과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 규모, 이로 인한 해당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를 측정해 성적표를 매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적이 좋은 은행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은행 입장에서는 일정 기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눈치와 압박으로 여겨질 수 있다.

더욱이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주요 수익 지표 역시 전년보다 각각 0.02%포인트, 0.21%포인트 떨어진 0.67%, 8.64%를 기록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 짤 상황이지만 인건비가 포함돼 있는 판매관리비는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올해가 채용 저지선이라는 입장이다. 저금리 기조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내년부터는 현재 규모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CT 등 전문 인력 수요가 있기 때문에 채용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일자리 성적표 눈치를 본 영향도 있다”면서 “내년에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규모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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