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해외시장 성적표…아세안, 신남방 훈풍타고 ‘훨훨’, 미국‧유럽, 글로벌 장벽에 ‘흔들’
[이지 돋보기] 시중은행, 해외시장 성적표…아세안, 신남방 훈풍타고 ‘훨훨’, 미국‧유럽, 글로벌 장벽에 ‘흔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9.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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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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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지역별로 온도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지역은 정부의 ‘신(新)남방정책’ 효과와 맞물리며 실적이 고공행진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성적이 신통치 않다.

30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북미(미국‧캐나다)와 유럽 등에 진출한 해외 자회사 10곳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85억4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42억7300만원) 대비 23.6%(57억2800만원) 줄어든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자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5개 법인의 올 상반기 총 순이익은 95억2200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156억2600만원) 대비 39.1%(61억400만원) 줄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미국법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순이익은 4억7500만원으로 전년 동기(29억800만원) 대비 83.7%(24억3300만원) 급감했다.

조사대상 중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 우리은행의 우리아메리카은행 순이익은 111억8600만원에서 104억8300만원으로 6.3%(7억300만원) 줄었다.

미국에만 법인 3곳을 운영하는 KEB하나은행도 KEB하나뉴욕파이낸셜(5억8100만원)과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14억9800만원)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71.4%(14억5400만원), 29.4%(6억2500만원) 쪼그라들었다. 하나뱅코프는 35억15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도 26억26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북미에 속하는 캐나다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캐나다에서 18억9900만원을 벌었다.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한 실적이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14% 증가한 44억55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개선세다.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만만찮은 상황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유럽법인 3곳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6억6900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37억4600만원)보다 28.8%(10억7700만원) 감소했다.

영국 런던에 지점(Kookmin Bank Int’I Ltd.(London)을 두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9억37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4억1400만원으로 반 토막(55.8%‧5억2300만원) 났다. KEB하나은행의 독일 법인 독일KEB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27억2200만원에서 23억7500만원으로 12.7%(3억4700만원) 줄었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1994년) 유럽에 진출한 신한은행(유럽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8700만원 이익을 봤으나 올해 1억2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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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미국‧유럽이 뒤뚱거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해외진출 상황은 좋은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6년 6억5110만 달러에서 ▲2017년 8억400만 달러 ▲지난해 9억8280만 달러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엔 아세안 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발맞춰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베트남우리은행이 올 상반기 81억65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보다 78% 늘어난 수치다.

신한은행도 신한캄보디아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60% 증가한 45억1400만원을 벌었다.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법인은 19억7300만원으로 45% 늘었다.

시중은행들이 아세안과 달리 유독 미국과 유럽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의 금융 정책‧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미국의 경우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법(AML)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관련 부서 격상, 인력 증원 등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경우에는 현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영향을 받았다. 마이너스까지 근접한 저금리 기조로 인해 현지 은행들조차 감원 등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발을 빼지 않은 것은 보다 장기적인 영업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에는 수익성이 별 볼일 없거나 되레 손실을 본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금융 선진 시장에 안착하고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세안 지역에서 소매 금융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선진국에서 현지와의 접촉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다”며 “선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을 마련‧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장기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 수익성 위주의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창출 기반 확보를 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협력과 인적교류, 사회공헌 등을 통해 현지의 금융은 물론 사회‧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반자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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