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재개발·재건축 앞둔 주민들 “컨소시엄 안돼!”…건설업계, 출혈 경쟁 불가피 ‘좌불안석’
[이지 돋보기] 재개발·재건축 앞둔 주민들 “컨소시엄 안돼!”…건설업계, 출혈 경쟁 불가피 ‘좌불안석’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0.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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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주민들의 컨소시엄(공동 도급) 기피 현상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컨소시엄은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사 방식이다. 이에 일부 사업장에서 아파트 품질 저하와 불필요한 협의 과정에 따른 공사 지연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또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건설사들은 서울 소재 알짜 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좌불안석이다. 공동 도급은 수주 경쟁에 따른 출혈을 피할 수 있다. 또 금융비용 조달과 미분양 등 사업의 위험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등을 예고해 정비사업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주가 가능했던 컨소시엄 사업 위축은 건설사들의 먹거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정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림산업과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약 6000세대, 사업비만 약 2조에 가까운 대형 사업이다. 이에 컨소시엄 구성이 유력해 보였지만 결국 단독 입찰로 방향이 틀어졌다. 조합원들의 컨소시엄 기피 현상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도 단독 시공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조합원들은 최근까지 조합에 ‘컨소시엄 불가’ 서면 결의서를 전달하는 등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운동을 지속해왔다. 롯데건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근 단독 시공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사례처럼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사업장의 컨소시엄 기피 현상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한 곳은 부산 금정구 부곡2구역 재개발(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롯데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 정도다. 불과 몇 년 만에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조합원들이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것은 여러 건설사가 참여할 경우 책임이 분산돼 아파트 품질이 떨어지고 불필요한 협의 과정 등이 생기면서 시공 일정이 늦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업이 늦어지면 추가 분담금이 발생해 금전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추후 하자 보수 문제도 난항에 빠질 수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건설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겨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실제 현대건설과 SK건설, 대우건설이 참여한 서울 강동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입주 예정자와 대우건설, 조합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마감재 부실, 공용 엘리베이터 추가설치 등을 놓고 대립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하자 등과 관련된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다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억울하다”며 “조합이 향후 생길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건설사가 해결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여러 건설사가 시공에 나설 때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며 “건설사들은 사업 규모, 현장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나눠먹기를 하는데 조합 입장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피력했다.

한남3구역. 사진=뉴시스
컨소시엄을 불허한 한남3구역. 사진=뉴시스

부작용

컨소시엄은 그동안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컨소시엄 아파트는 지난 2013년 3개 단지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4년 4곳 △2015년 5곳 △2016년 8곳 △2017년 9곳 △2018년 12곳 등 매년 증가했다.

이는 가치가 입증된 대형 건설사 브랜드가 상생 효과를 발휘해 가치 상승으로 작용한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도 다른 건설사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사업이 진행된다는 장점도 부각됐다.

건설사들 역시 컨소시엄을 맺을 경우, 금융 부담과 미분양 등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컨소시엄은 미분양 등의 위험성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조합은 각 건설사의 장점이 잘 융화되면 프리미엄 단지가 탄생할 수 있어 만족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치솟던 인기는 하자 보수, 사업 지연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불신이 쌓이면서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얻었던 장점을 모두 잃을 위기다. 더욱이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와 이주비를 높게 책정하는 등 출혈 경쟁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업을 따내도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예고 등으로 수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사업성이 뛰어난 경우,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건설사 간 셈법이 복잡해진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컨소시엄 기피 현상이 큰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규제 및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컨소시엄 등 다양한 사업의 균형을 유지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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