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2년마다 짐 싸는 ‘은행장’, 단기성과 치중 부작용…연임 기준 등 개선 목소리↑
[이지 돋보기] 2년마다 짐 싸는 ‘은행장’, 단기성과 치중 부작용…연임 기준 등 개선 목소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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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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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장의 연임 기준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기본 임기는 보통 1년~2년이다. 연임은 가능하지만 경영 상황과 대내외 악재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또 연임은 기본 임기보다 짧은 경우도 있다. 이에 4년 이상 재임한 국내 시중은행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장들이 짧은 임기 탓에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전문가들 역시 시중은행장들이 경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기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은행장 임기가 가장 짧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1년이다.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2015년)이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1년마다 성과평가를 통해 연임 여부를 판가름하도록 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대훈 현 NH농협은행장은 지난 2017년 12월 취임 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까지 재임 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 만약 올해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1년만 더 연장될 뿐이다. 이 행장 이전 농협은행장들은 기본 임기 2년만 채웠을 뿐 연임에는 단 한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시중은행장들의 임기는 보통 2년이다. 2017년 11월 은행장에 오른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다음달 첫 임기가 만료된다. 시장에서는 허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KB금융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기본 2년에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다. 때문에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허 행장의 재임 기간은 3년이 된다.

허 행장 이전의 국민은행장들도 임기가 길지 못했다. 바로 직전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던 체재였으며 기간은 2년이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임기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로 1년2개월밖에 안 됐다. 민병덕 전 행장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은행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기본 임기가 3년이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장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임이 한 차례도 없었다.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2년 재임 후 물러났다. 이후 바통을 받은 위성호 전 행장 역시 올해 3월까지 연임 없이 짐을 쌌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그나마 재임 기간이 긴 편이지만, 그 역시 4년을 넘지 않는다. 통합 은행장으로 2015년 9월에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 3월까지 3년6개월 간 자리를 지켰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은행장 기본 임기가 3년이다. 다만 연임은 전례가 없다. 실제로 조준희 전 행장(2010~2013)이나 권선주(2013~2016) 전 행장 등도 기본 임기만 마치고 물러났다. 때문에 2016년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도진 현 행장도 오는 12월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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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국내 시중은행장들의 임기는 외국 금융사와 비교해 턱없이 짧다.

지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5대 금융사의 CEO 평균 재임기간은 69.6개월(5년8개월)이다. 기껏해야 2년~3년인 국내 은행장보다 2배 가까이 길다. 일례로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간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넘게 CEO로 재직 중이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회장 역시 2012년부터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역시 50.6개월(4년2개월)에 달한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은행)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2015년 1월 취임해 현재까지 4년 넘게 재임 중이다. 임기 만료는 오는 2021년 1월이다. 이를 적용하면 총 재임 기간은 6년에 달한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역시 2014년 10월 취임해 한 차례 연임을 거쳐 2020년 10월까지 6년간 은행장직을 수행한다. 박 행장 이전에는 하영구 전 행장이 2004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가지 무려 10년의 임기를 채운 바 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도 은행장보다 장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선 기본 임기가 3년으로 은행장(2년)보다 긴데다가, 연임하는 경우도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2012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9년에 달한다. 3년 씩 총 3차례 연임에 성공한 결과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후 2017년 11월 연임에 성공해 2020년 11월까지 6년간 재임한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을 살펴보면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2005~2012)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2011~2017)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2001~2010) 등이 6년~9년을 재직했다.

인식

국내 은행장들의 임기가 짧은 것은 사회적 인식이 다른 탓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행이 민간금융기업이 아닌 공공재라는 관점이 강하다. 즉,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 속에서 한 은행장이 장기 재임하는 것은 자칫 사유화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장 연임 여부를 판가름할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것도 짧은 재임기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무리 경영을 잘 했어도 이슈에 휘말리거나 계파 갈등 등 업무 외적인 요소가 부각돼 물러난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은행장들이 짧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과 글로벌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경영성과만을 두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때문에 재임기간 동안 여러 사업을 성공하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등 경영을 잘 했다고 평가받는 행장들도 고배를 마신 사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2년이나 1년씩 연장하는 구조인 현 국내 은행장들의 임기 때문에 해외진출이나 디지털 전환 등 장기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한 사업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면서 “은행장 임기가 현재보다는 조금 더 늘어나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CEO의 경영역량 발휘를 통한 은행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은행장 임기를 현재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업황에서 CEO의 경영성과는 재임연차가 경과함에 따라 꾸준히 향상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차별화된 자신만의 고유한 역량구축은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이 추진될 때 가능하기에, 2년 또는 3년마다 CEO를 교체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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