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인터넷은행의 배신?…저렴하다던 대출금리, 어느새 시중은행과 쌍벽
[이지 돋보기] 인터넷은행의 배신?…저렴하다던 대출금리, 어느새 시중은행과 쌍벽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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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이 초심을 잃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점증되고 있다.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은행(이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지난 2017년 출범과 함께 혁신적인 서비스와 금리 혜택을 내세워 금융권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금리 혜택 등의 강점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며 호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를 유도할 정도로 매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의 대출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초심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과 관련, 금융 규제가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23일 이지경제가 은행연합회 금리비교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3%다. 같은 기간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 은행의 평균 연 2.95%와 0.02%포인트 차이다.

NH농협은행(2.90%)과 우리은행(2.89%), 신한은행(2.71%)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카카오뱅크가 더 높다. 더욱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9일과 이달 11일에 잇따라 대출상품의 금리를 0.2~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은행연합회 금리비교공시는 공시일 기준 전월에 실제로 취급된 대출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즉 연이은 인상 영향으로 현재 평균 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을 앞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말부터 대출영업이 일시 중단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6월 기준 대출금리는 연 5.76%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따로 두지 않고 오직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영업만 운영한다. 이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지출이 시중은행 대비 훨씬 적다. 인터넷은행 역시 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출범 초부터 금융소비자에게 절감된 비용을 금리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중은행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행태를 보여,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월 7월 6월
국민은행 3.18% 3.46% 3.64%
신한은행 2.71% 2.92% 3.16%
우리은행 2.89% 3.13% 3.31%
하나은행 3.07% 3.20% 3.44%
농협은행 2.90% 3.14% 3.28%
시중은행 평균 2.95% 3.17% 3.37%
카카오뱅크 2.93% 3.12% 3.25%
케이뱅크 - - 5.76%

건전성

인터넷은행들이 이자수익에 눈이 멀어 대출금리 높인 것은 아니다. 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BIS비율이 떨어진다”며 “건전성 유지를 위해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로 금리를 소폭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0.62%와 11.74%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19개 은행 가운데 하위권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 평균 15.34%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은행업 감독규정에서 BIS 비율 10.5% 이하인 은행의 배당이 제한된다. 8%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 조치를 권고한다. 규제 기준에 근접한 상황인지라 대출 속도 조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BIS 비율이 바닥을 기는 것은 자본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현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정리가 매끄럽지 않은 상태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와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 58%에서 '34%-1주'까지 줄여 자회사에 이를 분배해야 한다. 원래는 최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 대부분을 넘길 계획을 세워뒀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대주주가 될 수 없게 돼 계획이 막혔다.

그래도 카카오뱅크는 지난 16일 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결정돼 어느 정도 숨통은 트였다. 한국금융지주 지분도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기는 대체 방안이 마련돼 있다.

반대로 케이뱅크의 경우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계획이 20여개가 넘는 복잡한 주주구성에 발목 잡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등 규제를 완화해야 인터넷은행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취지에 맞지 않는 금융환경 탓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해 시장 형성이 원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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