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설마 나도?” ‘깡통 전세’ 공포 확산…3년만에 전세보증사고 50배 급증
[이지 돋보기] “설마 나도?” ‘깡통 전세’ 공포 확산…3년만에 전세보증사고 50배 급증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0.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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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뉴시스
사진=정재훈 기자, 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전세 보증 사고가 50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금액 역시 크게 늘어나 역대 최고액을 바라보고 있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많아지면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 까닭이다.

전세보증보험은 사실상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 보증금을 지켜야 하는 세입자들의 유일한 방어책이다. 보험에 가입하면 임대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전세 보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보험 가입을 권고하고 있다. 전세 보증 사고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험금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정동영(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평화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1681억원으로 지난 2016년(34억원) 대비 49.4배 급증했다. 사고 건수도 27건에서 28.1배인 760건으로 불었다.

더욱이 해가 갈수록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억, 2016년 34억에 불과했던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2017년 75억으로 불었고 지난해 792억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는 7월까지 벌써 지난해의 2배가 넘는 1681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가 급증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이 가증되고 있다. 최소 1억~2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송두리째 날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할 때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저당권 등을 확인하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통해 물권으로 보장받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모든 세입자가 이를 숙지하고 계약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정동영 의원은 "급증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를 예방하려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되 집주인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포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는 공포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으로 이어진다.

실제 올 들어 7월 말까지 HUG가 반환을 보증한 전세금은 모두 17조1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5조1716억원의 3.3배에 이른다. 연말까지 5개월이나 남았다. 지난해 전체 보증 실적 19조36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금 반환 보증은 전세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하고 계약 기간 이후 집 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와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세입자에 지급하고 차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하는 제도다. 2013년 도입됐다.

정부 역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러나 보험가입액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전세 보증요율은 서울보증보험 기준 아파트 연 0.192%, 그 외 0.218%로 책정된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이 3억원이라면 아파트의 경우 115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 외 빌라나 오피스텔 등은 더 비싸진다.

HUG의 경우 아파트 0.128%, 그 외 주택 0.154%로 SGI 서울보증보다 보증요율이 낮지만 보증한도가 수도권 7억 이내, 그 외 지역 5억원 이내로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SGI 서울보증은 아파트는 제한이 없고 그 외 주택은 10억원 이내로 좀 더 여유가 있는 대신 보증요율이 높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이지만 막상 가입하려면 망설해지게 하는 금액이다. 보증보험 가입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위원은 “보험료가 3억원 기준으로 100만원이 넘는 금액인데 전세보증금이 더 높다면 보험료는 올라간다. 서민들이 거리낌 없이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보증요율을 더 낮추거나 세입자에게 집 주인의 세제 상황 고지 등 다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수백채의 집을 가지고 보증 사고를 내는 불량 임대업자와 주택에 대해 허술한 심사로 보증해 주는 HUG의 책임도 크다"며 "임대사업자 정보를 쉽게 확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일정 규모 이상 주택임대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을 변제할 자본금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의무를 둬 전세금 떼먹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동일 단지 내에 100가구 이상 주택을 매입해 임대할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보증 보험에 가입을 골자로 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24일부터 시행했다.

제도

일각에서는 전세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전세 제도는 보증 사고 발생 시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며 전세 제도로 인해 갭투기 활성화 등 부동산 시장의 악영향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다만 전세 제도가 소비자 주거 형태 선택의 다양성 등 주거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점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모든 임대차가 확실한 장점이 있거나 단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세의 경우 한 번 사고를 당하면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치명적인 구조”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파트와 다세대(빌라)는 그나마 낫지만 다가구의 경우 세입자들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의 합을 모를 수 있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책적으로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장단점을 논하기는 너무 포괄적이다. 시장 금리, 유동성 등에 따라 월세와 전세의 선호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전세를 포함한 주거 형태의 다양성이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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