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 고객, 은행권 ‘얌체식’ 이자 놀이에 뿔났다?…금리 인하→예금은 ‘빠르게’‧대출은 ‘뭉그적’
[이지 돋보기] 금융 고객, 은행권 ‘얌체식’ 이자 놀이에 뿔났다?…금리 인하→예금은 ‘빠르게’‧대출은 ‘뭉그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2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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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권의 ‘얌체식’ 이자 놀이 행태에 단단히 뿔이 났다.

은행권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반면 대출금리는 감감무소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저금리시기에 접어들면 예금 이자율은 잽싸게 큰 폭으로 인하하고, 대출금리는 천천히 찔끔 내리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에 금융 소비자의 부담은 안중에도 없이, 이자 마진만을 극대화하려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 은행은 이달 중으로 예금금리 인하를 단행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 예금 이자율은 연 1%대 중반 가량이다. 여기서 인하 조치가 단행되면 아예 0%대로 진입하는 상품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은행권이 이처럼 예금금리 조정에 나선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앞서 지난 7월 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데 이어 다시 추가로 인하한 것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2년여 만에 돌아가게 됐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하 폭을 기준으로 잡고 예금금리 하향 조정에 나서는 것. 실제로 7월 인하 당시에도 주요 은행이 대부분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0.25~0.30%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은행권이 저금리시대에 예금 이자율을 인하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행보다. 수신뿐만 아니라 여신 금리 또한 함께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차)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하향 조정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예대금리 조정을 불균형하게 운영하는 태도다. 예금금리는 잽싸게 큰 폭으로 내린다. 반면 대출금리는 질질 끌면서 소폭 인하에만 나선다. 마치 금리 변동기에 단기간 예대마진 극대화를 노리는 것과 같은 행보다.

실제로 한은이 올 7월 금리를 낮추기 전부터 이같은 모습이 감지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물가 등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은행권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85%로 지난해 말(2.05%) 대비 0.2%포인트 낮아졌다. 순수저축성예금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등을 포함한다.

반면 이 기간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61%에서 3.49%로 0.12%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이에 예대금리차도 1.67%포인트에서 1.76%포인트로 0.09%포인트 높아졌다. 대출금리를 조금 덜 낮춰 더 높은 예대마진을 벌어들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얌체

은행권의 얌체 행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금리 변동기가 도래할 때마다 이같은 행보를 통해 수익 확보를 모색했다.

실제로 2014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년 간 기준금리는 연 2.50%에 1.25%로 1.25%포인트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2.56%에서 1.43%로 1.13%포인트 내렸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연 3.94%에서 3.06%로 0.88%포인트 낮아져 하락폭이 1%포인트 채 되지 않았다. 현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 인하 기조 때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잽싸게 대출 이자율을 올리고, 심지어는 인상 전부터 선반영한 이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2016년 11월부터 기준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던 2017년 11월까지 1년간의 금리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랐다. 이에 순수저축성예금 금리 역시 연 1.49%에서 1.74%로 정확히 0.25%포인트 올라 기준금리 상승폭과 발을 맞췄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20%에서 3.59%로 0.39%포인트 올랐다.

은행권은 대출과 예금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 유형별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의 영향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금융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기준이 된다”며 “코픽스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만 공시되기 때문에 은행이 원한다고 해서 바로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은행권의 이자율 조정 방식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이를 즉각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췄다. 반대로 인상이 예고되면 이를 선반영해 인상 후 추가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이런 방식의 금리 조정은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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