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판 종합선물세트 ‘금융복합점포’, 덩치 커졌지만 보험 외면한 ‘반쪽짜리’ 오명
[이지 돋보기] 금융판 종합선물세트 ‘금융복합점포’, 덩치 커졌지만 보험 외면한 ‘반쪽짜리’ 오명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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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판 종합선물세트 ‘금융복합점포’가 대부분 ‘반쪽짜리’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복합점포는 은행은 물론 증권과 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권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대다수 복합점포가 보험 영업을 제외하는 추세다. 사실상 은행과 증권의 결합점포에 머무르는 수준인 셈이다.

‘반쪽짜리’ 오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 탓이다. 보험업과 관련, 외부 영업이 금지돼 있다. 이에 보험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NH농협금융) 금융지주사가 운영 중인 보험복합점포(은행‧증권‧보험)는 올해 8월 기준 6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10개)과 비교하면 8개월 새 4곳이 줄었다.

KB와 신한금융이 총 3곳의 점포 가운데 올해 들어 각각 두 곳을 없애고 한 곳만을 남겨놓은 결과다. 하나와 농협금융은 각각 2개의 보험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반면 은행과 증권 업무를 다루는 금융복합점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177개에서 올해는 190개점을 넘어섰다.

금융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 보험을 하나로 묶어 금융그룹 차원에서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탄생했다. 은행과 증권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5년 8월 보험상품 판매를 허용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금융복합점포는 출범 초기 금융업의 칸막이를 허물고, 다양한 판매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면 금융소비자의 편의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도입 4년이 지난 현재 보험은 금융복합점포에서 내다 버린 자식 취급을 받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을 정도로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10개 복합점포에서 판매한 보험 판매 건수는 188건에 불과하다. 전년(604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 기간 보험료 수입(초회보험료) 역시 4억3467억원에서 7550만원으로 82.6%(4억5917억원) 급감했다. 점포당 1년 동안 평균 18건, 760만원 내외의 실적밖에 거두지 못한 셈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규제

보험이 복합점포 체제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까닭은, 보험영업의 현실성을 감안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증권간 복합점포와 달리 보험은 아예 별도 출입문을 사용해야 하는 등 연계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즉 업권간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장벽을 더 높인 모양새다.

또 점포 외부에서 영업을 금지하는 규제도 큰 이유로 지목된다. 복합점포를 방문한 사람은 지점 내 보험코너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 점포 안에 있더라도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 통상적인 보험영업이 적극적인 발품을 통해 이뤄진다는 특수성이 배제된 것.

더욱이 보험은 은행이나 증권과는 다르게 업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의 경우, 각각의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예‧적금이나 대출 시 우대금리, 수수료 할인 등을 제공할 수 있다”며 “보험은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판매)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다보니, 고수익 상품 판매가 제한되고 우대금리 등 혜택도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복합점포에 보험 판매 도입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17년 11월 금융그룹 당 3개까지 허용하던 보험복합점포를 5개로 확대하는 등 손질을 했지만, 정작 발목 잡는 규제들은 그대로 놔뒀다.

이에 유명무실한 복합점포의 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복합점포는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전혀 없고 판매실적도 저조해 활성화할 명분이 없다”며 “보험은 편의성을 앞세우는 상품이 아닌 만큼, 복합점포에 맞지 않다.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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