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리뷰-오픈뱅킹] “앱 하나로 다 된다!” 직접 써보니…편리하긴 한데, 개선점 수두룩
[이지 리뷰-오픈뱅킹] “앱 하나로 다 된다!” 직접 써보니…편리하긴 한데, 개선점 수두룩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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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의 조회․이체․출금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이 지난달 30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결제 기능과 고객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금융결제망은 은행권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은행은 자기 계좌 기반 업무만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 개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A와 B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앞으로 A은행 앱으로 B은행 계좌의 조회 및 이체․출금 가능해진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먼저 NH농협·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BNK부산·제주·전북·BNK경남은행 등 10개 은행이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나머지 8개(KDB산업·SC제일·한국씨티·수협·대구·광주·케이뱅크·한국카카오) 은행은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단 18개 은행 모두 이체와 조회 등을 위한 정보는 제공을 시작했다. 핀테크 기업은 오는 12월18일부터 참여한다.

오픈뱅킹. 과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리성을 갖췄을까. 개선점은 없는 것일까. 궁금증 해소를 위해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과 신한은행의 ’쏠(SOL)'을 통해 직접 체험해봤다.

여기서 잠깐.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오픈뱅킹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토스와 핀크,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앱에서 다양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오픈뱅킹이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이용한다는 시스템 구조만 다를 뿐.

이에 오픈뱅킹 체험은 토스에 비해 강점이 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등록

오픈뱅킹 약관 동의 화면. 사진=문룡식 기자
오픈뱅킹 약관 동의 화면. 사진=문룡식 기자

오픈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서비스를 신청할 필요는 없다. 다만 타행 계좌 등록 등의 절차는 거쳐야 한다. 금융권에서 공동으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은행마다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우선 KB스타뱅킹은 타행 계좌 등록에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방법과 한 개의 은행을 선택해 그곳의 계좌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한 번에 등록’ 기능이다.

약관 동의를 한 뒤 두 가지 방식 중 이용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등록을 진행하면 된다. 계좌번호 직접 입력 방식은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한 추가 인증이 필요하다. 반면 ‘한 번에 등록’은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

등록을 완료하면 어느 은행의 계좌인지, 잔액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이후에는 기존 KB국민은행 계좌를 이용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조회 및 이체가 가능하다.

이같은 타행계좌 등록 방식은 토스에 뒤쳐진다는 평가다. 토스는 공인인증서를 활용해야 하지만 제휴를 맺고 있는 모든 은행의 계좌를 한 번에 찾아내 등록할 수 있다.

반면 KB스타뱅킹의 계좌번호 입력방식은 타행 계좌를 일일이 기억해야 하며 직접 적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 번에 등록’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은행별로 각각 등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오픈뱅킹 타행계좌 등록 완료 화면. 사진=문룡식 기자
오픈뱅킹 타행계좌 등록 완료 화면. 사진=문룡식 기자

신한은행 쏠은 국민은행보다 나은 모습이다. 토스와 비슷한 방식의 타 은행 입출금 계좌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을 도입한 덕이다. ARS 인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KB스타뱅킹과 같다. 그러나 한 번에 여러 계좌를 편리하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했다.

등록 편의성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 인포'를 활용해 보유 계좌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이 세워져 있는 이유에서다. 어카운트 인포와의 연동은 이달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이체

조금은 번거로운 계좌 등록 과정을 거치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이체․송금은 해당 앱에서 기존에 제공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오히려 일부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어 마치 간편송금을 하는 느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B스타뱅킹의 경우, 국민은행 계좌에서 이체하려면, 이체 상대의 계좌와 입금 금액을 적고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후 공인인증서나 지문․홍채 인증을 거치면 비로소 송금이 완료된다. 반면 오픈뱅킹을 통해 타행 계좌에서 이체 시에는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절차가 없어 더 간소화 됐다.

오픈뱅킹 이체의 가장 큰 강점은 공짜라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일반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타행 이체에 대해 5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이를 면제 받으려면 급여이체나 카드 사용 등의 실적을 쌓아야 했다. 토스는 공짜 송금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지만 월 10회만 무료로 제공하는 등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오픈뱅킹이 가동되면서 은행들은 이체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금액이나 횟수, 보내야 할 은행에 상관없이 공짜로 송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픈뱅킹에서 타행 등록 계좌 거래 내역 조회 모습. 사진=문룡식 기자
오픈뱅킹에서 타행 등록 계좌 거래 내역 조회 모습. 사진=문룡식 기자

다만 오픈뱅킹을 통해 이체할 경우, 거래 내역에 입금계좌나 예금주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예컨대 A은행의 앱에서 오픈뱅킹을 이용해 B은행 계좌의 돈을 이체했다면, B은행 계좌 내역에는 ‘A은행오픈뱅킹’으로만 표시될 뿐 어디로 돈을 보냈는지에 대한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체 정보가 개인 간 거래에 있어서 거래내역 증명이나 영수증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쉬움

오픈뱅킹은 완성도가 높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적으로는 가상계좌 입금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상계좌는 온라인 쇼핑 등에서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온라인 거래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오픈뱅킹의 활용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거래 한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오픈뱅킹의 1일 이체한도는 전 은행 공통 1000만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은행별로 1000만원의 이체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은행이 통합된 한도라는 것이다.

예컨대 A은행에서 오픈뱅킹으로 700만원을 이체했다면 B은행에서는 300만원까지만 송금할 수 있다. 주택이나 자동차 등 거래금액 단위가 큰 경우에는 오픈뱅킹의 활용이 제한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능이 조회나 이체 등으로 한정돼 있고, 입출금 계좌만 등록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예․적금 계좌까지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토스에 비하면 불리한 부분에 틀림없다.

다만 아직 시범사업에 불과한 만큼 지켜볼 필요는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기능의 범위를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넓히고, 핀테크와 제2금융권 등 업권을 확대해 종국에는 오프라인 대면 거래 시에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총평이다. 오픈뱅킹은 더 이상 특정 은행 앱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혁신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술과 제도적인 측면에서일 뿐, 기존에 자산관리앱을 따로 사용했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핀테크에 눈이 높아진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분명 편리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지만 그 뿐이다. 기존에 토스나 핀크, 뱅크샐러드 등이 보여줬던 혁신 그 이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되레 못 미치는 점이 더 많았다.

은행권은 고객 이탈을 막고자 경품,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을 펼치고는 있지만 이는 일회성일 뿐이다. 앱 품질 개선과 특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다른 은행, 그리고 다가오는 핀테크 앱에 밀려 ‘삭제당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이용자 친화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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