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시승기] 포르쉐 박스터, 데일리 스포츠카 진면목 과시…“섹시한 매력에 실속까지”
[이지 시승기] 포르쉐 박스터, 데일리 스포츠카 진면목 과시…“섹시한 매력에 실속까지”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1.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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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승환 기자
사진=배승환 기자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포르쉐 718 박스터 GTS. 데일리 스포츠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어깨에 힘을 잔뜩 빼고 도심형 주행에 적합한 능력을 키웠다. 필요에 따라서는 ‘으르렁’ 거리며 질주하는 속도도 일품이다.

박스터는 엔진이 차량 중앙에 위치한 미드십 후륜구동이다. 이를 통해 운동 능력이 극대화됐다. 뛰어난 균형 감각의 결과물이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차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사실 박스터는 포르쉐의 엔트리카 이미지가 강하다. 1억원 초반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기자만 하더라도 꿈도 못 꿀 가격이지만 포르쉐 중에서는 비교적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실 만큼은 한지붕 형님들 부럽지 않다.

지난달 23일 포르쉐 718 박스터 GTS를 만났다. 레드 컬러의 화려함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어느 한 곳 빠지지 않는 수려한 외모가 탐스러운 붉은색을 머금어 한층 더 빛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색감과 디자인이다.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성의 매력이다.

전면부는 유려한 곡선미가 강조된다. 잘 깎아놓은 예술품을 보는 듯 한 착각이 생긴다. 또한 중앙에 위치한 포르쉐 엠블럼은 사실상 디자인에 가까운 수준이다. 포르쉐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부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다는 점. 박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배승환 기자
사진=배승환 기자

측면의 볼륨감이 돋보인다. 와이드 바디로 굴곡이 잘 나타나며 그 부근에 에어덕트가 성능은 물론이고 디자인의 개성까지 살려준다. 후면부는 전면이나 측면보다 좀 더 완만한 곡선으로 만들어져 한층 더 부드러움이 강조된다. 블랙으로 된 레터링이 레드 컬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지붕을 개방하면 한국인 정서로 봤을 때 '날티'가 묻어나오는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오픈카만의 품격이 높아진다. 디자인의 완성도와 개성이 더욱 향상됐기 때문이다.

실내는 혼란스럽다. 이게 과연 1억원을 훌쩍 넘는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쉽다.

먼저 인터페이스가 실망스럽다. 특히 네비게이션은 2000년대 초반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다. 이것만 보면 외관 디자인을 선도하는 트렌드의 중심 포르쉐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정재훈 기자
사진=정재훈 기자

다만 그 부분만 빼면 고급 스포츠카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의 실내 디자인이다. 특히 대부분이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돼 럭서리하다. 곳곳에 카본 소재로 포인트를 준 점도 만족스럽다. 스포티한 젊은 감각이 물이 올랐다.

트렁크는 2개로 구성됐다. 짐이 조금 많아도 둘로 나눠서 넣으면 되기 때문에 데일리 차량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2인승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여자친구와 술 한 잔 하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를 때 참 난감할 수 있다. 정말 골치 아픈 고민이지만 이것만 빼면 완벽하다.

야수

데일리 스포츠카라는 점을 고려해 시내와 고속 주행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서울 강남구부터 경기도 파주까지다. 편도 약 60㎞ 구간. 강남대로와 올림픽대로, 자유로를 지났다.

먼저 강남부터 올림픽대로 구간은 기본으로 설정된 노멀 모드로 주행했다. 노멀 모드에서는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날렵한 외관 탓에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승차감 역시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급 세단보다는 노면의 진동이 좀 더 느껴지기는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시트의 착좌감도 좋아 장거리 운전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멀 모드에서는 스포츠카 특유의 ‘으르렁’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골목이나 좁은 도로를 주행할 때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을 필요 없다. 데일리 스포츠카로 적합한 이유다.

올림픽대로를 거쳐 자유로에 진입하자 조금 한산해졌다. 스포츠모드로 바꿀 시간이 임박했다는 것.

사진=정재훈 기자
사진=정재훈 기자

노멀에서 스포츠모드로 다이얼을 돌리면 180도 돌변한다. 일단 소리부터 달라지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운전자 몸속의 야수 본능마저도 깨어난다.

마치 전 세계를 호령했던 과거 몽골의 기마부대를 떠올리게 한다. 몽골의 기마부대가 유럽을 침공했을 당시 유럽인들은 몽골 기마부대의 말이 작고 형편없이 보여 무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몽골의 기마부대의 승리로 끝났다.

박스터는 다운사이징 여파로 실린더 2개를 덜어내 파워가 생각보다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강력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4기통 엔진인지만 박스터 S모델보다 15마력 더 올라간 최고 365마력의 힘이 그대로 전달된다. 최대 토크는 43.8㎏.m.

실제 스포츠모드에서의 순발력과 가속력은 형님 911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m까지 걸리는 시간)은 4.1초. 형님 911보다 0.5초 늦지만 피부로 느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심지어 가속력이 절정에 다다르면 차량 앞부분이 떠오르는 느낌마저 든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기분이라고 하면 가장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아무래도 미드십 차량이라서 그런지 무게 중심이 뒤에 있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앞부분이 뜨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포르쉐는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차다. 처음 경험했을 때는 불안했지만 이내 적응했고 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밸런스를 구축한 기술력이 압권이다.

스포츠플러스 모드는 한층 더 자극적이다. 경쾌하게 튀기는 팝콘 소리와 함께 극대화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배승환 기자
사진=배승환 기자

파주에 들어선 뒤에는 오픈카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지붕을 열고 주행을 즐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개방감이 훨씬 좋아진다. 가을의 바람을 느끼기에 좋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단점이라면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한여름에는 썬크림을 듬뿍 발라야 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전화를 받을 때도 바람 소리 때문에 블루투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다만 지붕을 개폐하는 시간이 10초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빨리 닫으면 된다. 시속 50㎞ 이내에서 가능하다.

연비도 나쁘지 않다. 복합연비는 8.9㎞/h, 고속주행 시에는 10㎞/h를 넘어선다. 겉모습만 보면 500원짜리 동전 뿌리면서 달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실속까지 겸비했다.

총평이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는 데일리 스포츠카의 정석이다. 한국 정서에 걸맞게 시끄럽지 않으며 스피드를 내고 싶을 때는 스포티한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연비도 생각보다 좋다. 통장에 1억만 더 있었어도 구매했을 것 같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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